웰컴 투 마이 유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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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마이 유니버스
정종필 정진호

2022.04.08 - 05.12
아트스페이스 휴

월-금 10:00-18:00
경기도 파주시 광인사길 111, 3층
031-955-1595

문은 늘 열려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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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늘 열려 있었어요
박광선

2022.2.25.-3.31
아트스페이스 휴

“나는 합판을 망치로 내려치거나 톱과 펜치 등으로 자르거나 뜯어서 인물의 형태를 만든다. 그렇게 얻어낸 화면 위에 유화물감을 바르고 닦아내기를 반복해서 재현한다. 나에게는 처음부터 화면에 무엇을 그릴지가 아니라 화면 자체가 고민이었다. 내 몸에 맞는 옷을 입듯이 나는 합판이라는 소재를 자연스럽게 찾게 되었다. 합판은 인물을 표현하려는 나의 작업과 많은 부분 부합하는 것이었다. 빙판처럼 부드럽고 매끄러운 캔버스의 표면은 내가 제대로 서기 힘들 정도로 미끄러웠다. 김연아 선수의 실력 정도는 되어야 관중들에게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연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노트)

박광선 작가는 인물을 그린다 아니 지운다. 합판에 그려진 인물들은 그려짐과 동시에 그 특유의 거칠고 메마른 표면 안으로 스며든다. 캔버스는 아직 그에게 너무나 매끄러운 재료라며 작가는 합판에 그것도 버려진 합판에 눈길을 멈춘다. 작가가 초기 작업부터 거의 유일하게 회화의 재료로 선택한 합판은 무언가의 쓸모에 의해 사용되고 버려지는, 드러내지 않고 스스로를 감추는 헌신과 희생의 존재로 받아들여졌다. 합판의 주변을 잡아 뜯어 인물의 형태를 만들고 가장 가까운 지인인 가족과 자신의 모습을 그 위에 그리기 시작했다. 작가의 기억을 헤집고 모습을 드러낸 인물들은 다시 그 안으로 묵묵하게 몸을 숨기고 조금씩 지워진다. 그렇게 작가는 인물을 덮거나 지우는 방식을 통해 과거와 현재, 현실과 기억의 간극에서 비롯된 상실과 고독의 흔적을 스스로 지워나간다. 박광선 작가는 2002년 추계예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대안공간 풀, 아터테인, 아트노이드178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2018년부터 휴+네트워크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 활동 중이다.

월-금 10:00-18:00
경기도 파주시 광인사길 111, 3층
031-955-1595

끝까지 서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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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서있는 사람
조원득

2021.11.12-12.16
아트스페이스 휴

조원득 작가는 동양화 재료인 한지와 분채를 사용하여 일상적 풍경에서 발견되는 기이한 상황이나 장면을 포착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 <끝까지 서있는 사람>에서 파도, 바다를 소재로 주변 환경의 변화에 맞서거나 적응해나가는 인간의 의지를 드러내고자 한다. 164점의 드로잉을 연결한 <당기다 밀어내다>는 164개의 서로 다른 서사, 사건이 모여 하나의 큰 장면을 만들어낸다. ‘여러 개의 작은 이미지들이 개별적으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그 이미지들이 연속되어 수평선을 연상시킨다. 이것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계속해서 번식해 나간다.’(작가노트) 이 같은 방식은 매 순간 변화하는 바다의 모습과 시간의 흐름은 회화의 고정된 프레임 안에서 구현하려는 시도이다. 조원득 작가는 성신여대 동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인천아트플랫폼(2016)과 박수근미술관 창작스튜디오(2017)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월-금 10:00-18:00
경기도 파주시 광인사길 111, 3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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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한 연약한 마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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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한 연약한 마C
마C

2021.10.1-11.4
아트스페이스 휴

“화가는 무당하고 비슷합니다. 무당이 귀신을 불러들이듯 화가는 그렇게 세상을 그림으로 불러들입니다.”

마C는 그간 쓰다 버려진 포장비닐 위에 주변의 인물들, 사물들, 동식물들, 광고이미지와 텍스트 등 그야말로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것들을 빼곡하게 수놓았다. 특정한 서사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채 질서 없이 어지럽게 수놓아진 이미지들은 마C가 불러들인 복잡한 세상의 축소판이며 마치 지옥도의 한 장면처럼 불온하고 탱화처럼 경건하다. 마C의 개인전 <연약한 연약한 마C>는 투명한 포장비닐 위에 바느질 한 101점의 신작과 10년에 거처 완성한 7미터짜리 대형 포장비닐 바느질 작업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 <연약한 연약한 마C>는 쉽게 찢어지는 비닐의 연약한 속성과 코로나19 발현에 전 세계의 일상이 무너지는 인간의 나약함을 동시에 드러낸다. 보일 듯 말 듯 투명 비닐에 하얀 실로 수놓아진 대상들은 그의 그림자의 예상치 못한 강렬함으로 연약한 존재의 짙은 속내를 역설적으로 드러내게 된다. 마C(마문호는)는 1988년 추계예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2012년 복합문화공간 꿀&꿀풀, 2015년 대안공간루프에서 유쥬쥬마C 2인전, 2020년 나주 나빌레라문화센터 등지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80년대에는 민주화운동과 민중미술에 심취했으며 최근에는 자본주의적 욕망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월-금 10:00-18:00
경기도 파주시 광인사길 111, 3층
031-955-1595

어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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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의 범주를 어디까지 한정할 수 있을까? 전통적 의미의 드로잉은 작업의 기초적 개념이나 구상을 간단한 도구로 빠르게 그려내는 에스키스와 거의 유사하게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즉흥적으로 행위의 흔적을 남기는 액션 페인팅 이후 퍼포먼스와 결합된 개념적 형태의 드로잉의 범주는 거의 모든 영역에 적용될 수 있을만큼 확장되었다. 동시대의 드로잉은 연필이나 펜부터 수채, 유채, 콜라주 등 거의 모든 회화 작업의 재료와 차이를 갖지 않으며 표현 방식과 완성도에 있어서도 본 작업과 선후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독자성을 획득했다. 그럼에도 드로잉이 갖는 고유한 장르적 특성은 대상을 특정화/구체화하지 않으면서 의식의 흐름과 행위의 흔적을 가능한 가장 단순한 형태로 남기는 간결함과 투박함에 있다.


<어떤 사람>어떤이 갖는 불특정적이고 추상적인 접근 방식으로 다양한 회화 작가의 드로잉 작업이 어떠한 개별성을 갖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이는 선 자체의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향유하거나(곽상원) 색면에 덮여있던 절제된 내면을 드러내고(김창영) 단순화된 인물의 표현에서 사회적 관계를 읽거나(박광선) 감정의 내밀한 변화를 대상에 투영하며(안준영) 회화의 고정된 관념을 환기하는 역할을 하고(양경렬) 놀이를 즐기듯 가볍게 그러나 그마저도 매우 치열하게(유승호) 익숙한 관습과 습관으로부터 도망치듯(윤상윤) 낡고 오래된 것들의 쓸쓸한 역사를 보여주는(최은숙) 어떤 드로잉들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빌려 입은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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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 입은 옷
이미혜 지혜

 

2021.7.23-8.26
아트스페이스 휴

 

이미혜, 지혜 작가의 2인전 <빌려 입은 옷>은 SNS나 커뮤니티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는 온라인 소통 방식에 대한 입장을 다룬다. 이미혜 작가는 <국민취향> 연작을 통해 국민ㅇㅇ라고 불리는 아이템들의 이미지를 수집하여 가상의 공간으로 재구성하였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갤러리 같은 집’에서 착안하여 ‘집 같은 갤러리’가 갖추어야 할 조건들을 찾아 전시공간에 표기하여 직접적인 설치나 대상 없이 비물리적 공간의 재구성을 실현한다.

지혜 작가는 상호관계적 행위를 다룬 퍼포먼스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을 연결하여 비접촉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소통의 한계와 오해를 영상으로 작업한다. <공 던지는 꿈>은 1년 후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는 게시글의 댓글과 상대에게 닿지 않는, 오직 공을 던지는 행위뿐인 기이한 공놀이를 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존재하는 관계의 부재와 소통의 공허함을 은유한다.


역대 길었던 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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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길었던 장마

김창영

2021.6.11-7.15

아트스페이스 휴


관념과 현실의 중간지대  


김창영은 그림을 그리되 아무 것도 그리지 않는다. 이 역설! 그렇다. 김창영은 역설의 작가이다. 그에겐 전통적인 의미의 미술, 그중에서도 회화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어떤 대상을 화포에 그리고 그것을 다시 지우기 때문이다. 이 존재의 자기부정! 김창영의 그림이 개념적으로 다가오는 이유이다. 김창영에게는 또 하나의 레테르가 있다. 이른바단색화(Dansaekhwa)’라는 칭호가 그것이다. 지난 십 여 년간 커다란 물결을 이루면서 세계 미술인들의 마음속에 하나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이 단색화는 한국인의 마음속에 내재된 심성을 밖으로 표출시킨 동인이었다. 역사적으로 면면히 내려오면서 서서히 형성된흰색의 이미지, 그것이 김창영의 단색화 화면을 특징짓는 또 하나의 요소이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김창영이 언제나 흰색이나 흰색이 함유된 중성색 계통의 색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청색 계열의 색으로 그리기도 한다. 또 화면에 이미지가 없는 순수 추상화만 그리지도 않는다. 2000년대 후반에 김창영은 화면에 손의 이미지를 커다랗게 그린 뒤 이를 다시 지워 옅은 실루엣으로 처리하는 특유의 화풍을 개발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김창영은 젯소를 비롯하여 유성물감을 캔버스에 여러 번 반복적으로 칠한 뒤 다시 그 위에 강물이나 모래톱 등 자연의 이미지를 그리고 이를 다시 사포로 갈아내는 고된 작업을 되풀이 한다. 그의 작업을 이해하기 위해 다소 길지만 작가의 설명을 덧붙이고자 한다.


 말씀하셨다시피 다른 회화 작가들에 비해 밑작업하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 이미지를 그리고 덧칠해서 덮고 또 그리고 덮기를 반복해서 작업을 완성한다. 용해제를 섞어 옅게 풀어진 물감을 사용하는데, 다른 방해요소 없이 이미지와 붓터치로만 드러나는 표면을 위해서 최소한의 캔버스 표면은 나에게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젯소를 여러 번 칠한 후 갈아내기를 반복하는 과정은 미세하게 드러나는 레이어의 반복을 보여주기 위한 필수요건이라 생각한다. 한 작업이 완성되기까지 많은 이미지들이 그려지고 덮이기를 반복하기에 내 작업의 최종 이미지보다 시작과 중간 과정을 더욱 선호하는 동료와 주변 분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이미지가 나올 때까지 손을 떼기가 어렵다.”

-김창영, <그 어떤 것도 닮지 않은 빛과 그림자 사이에서>, Artspace Hue 개인전 도록, 2015-


이처럼 반복적인 행위에 의한 이미지 만들기는 김창영의 작업을 관류하는 중요한 컨셉이긴 하지만 그것 자체가 목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에게 있어서 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이미지를 형성시키는데 필요한 시간의 투여와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의 그림이 추상적인 관념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건을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실존적 존재로서의 김창영은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는 사회 현실을 자신의 작업에서 탈각시키지 않는다. 이 부분은 매우 민감한데 한편으로는 그의 그림을 단색화가 아닌 실존의 관점에서 다루도록 하는 요소이다. 그러한 근거는 다음과 같은 작가 발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남과 북이 만나는 풍경을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다보며 여러 상념에 잠긴다. 해결되지 않은 갈등 속에서의 위태로운 평온, 이미지는 현실의 아픔을 담고 있지만 동시에 한 발짝 물러나 바라볼 수 있는 휴식을 주기도 한다. 두 강줄기가 만나 바다로 진입하는 곳에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민주주의와 전체주의, 상반된 것들이 어울려 공생을 이룬다. 빛과 어둠이 서로 기대어 존재하고 악이 있어 선을 논할 수 있다. 내 조국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남과 북은 화합하여 공생의 길을 갈 수 있을까? 한쪽이 승리하고 다른 한쪽은 사라져버릴까? 아니면 서로 다투기만 하다가 공멸의 길을 가는 것은 아닐까?”

오래 전부터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아트스페이스 휴의 레지던시에 머물면서 파주 인근의 자연 경관을 봐 온 김창영은 통일전망대와 임진강으로 대변되는 남북 분단과 그로 인한 이념적 대치 상황에 익숙해 있다. 따라서 위의 글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러한 상황은 그를 자연스레 관념이 아닌 현실적인 존재로 만든다. 그렇다면 그것은 단색화와 같은 극단적인 순수 추상화와는 상반되는 이념적 스펙트럼의 자장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그것이 바로 내가 이 글의 서두에서 그의 그림을 가리켜 하나의역설이라고 한 이유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사람의 화가가 관념론자인 동시에 현실주의자가 될 수도 있음을 김창영의 경우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작품 역시 추상과 구상적 이미지의 사이를 왕복함으로써 관념과 현실의 진자운동을 할 수도 있다. 이른바 중성색이라든지 중립국, 중간지대, 회색지대와 같은 완충 지역은 인간이 두 발을 서로 다른 영역에 걸친 엉거주춤한 상태를 일컬음이다. 그렇다면 김창영이 자신의 화면에서 무수히 되풀이하는 칠하기와 지우기의 저 끊임없는 자기부정은 과연 무엇을 위함인가? 그것은 목적인가? 아니면 목적에 이르는 수단인가? 아니, 달을 가리킨 연후에 손가락은 과연 무슨 소용인가?

이 지점에서 우리는 물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김창영에게 있어서 그림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자기의식의 발현의 결과물인가? 아니면 인격을 도야하기 위한 하나의 수행인가? 적어도 후자는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김창영은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사회 현실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 현실에 대해 고민한다고 해서 수행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 수행의 고승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사회 현실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질문이 도출될 수 있다. 김창영의 그림을 여전히 단색화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 말이다. 물론 그렇다. 나는 김창영이 아주 오랜 시간을 투입하여 반복적으로 화면을 갈고 칠하는 행위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가 사용하는 색에 흰색이 많이 함유된 것 또한 단색화의 일종으로 볼 수 있는 근거이다. 김창영의 그림은 고도로 세련된 행위에 의해 빛과 색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지점에 위치한다. 그것은 단색화 작가들 대부분이 느끼는 것처럼, 작업이 끝나는 시점은 오직 작가의 섬세하고도 예민한 감각만이 알 뿐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그 지난한 작업은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시되며, 그런 연유로 해서 단색화는 몸이 벌이는 한 판의 회화적 퍼포먼스인 것이다.

김창영은 관념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방황하면서 중간지대를 향해 나아가는 실존적 존재이다. 그는 애초에 어디 순수한 관념이 있기나 했던가 라고 묻고 있는 듯 하다. “해결되지 않은 갈등 속에서의 위태로운 평온, 이미지는 현실의 아픔을 담고 있지만 동시에 한 발짝 물러나 바라볼 수 있는 휴식을 주기도 한다.”고 한 그의 발언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요즈음이다.

윤진섭(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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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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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번역

윤지아

2021.4.30-6.3

아트스페이스 휴

자연 속에는 아찔하게 화려해서 경이롭거나 완벽한 균형에 신비로운가 하면 투박하지만 그런대로 아름다운 무늬들이 무수하게 존재한다. 대부분 꼭꼭 정체를 숨기고 있다가도 어떤 사정에 의해 노출 되어버린 무늬는 너무나 쉽게 소유의 대상이 되어버린듯 이러한 처지를 우리는 타자성이 상실된 무수한 개개인에게 역시 대입시켜 볼 수 있다. 타자성이 상실된 채 적당한 비용으로 소비(소모)되는 개인. 우리는 모두 자연 속 아름다운 무늬와 같다. 번역가가 원문을 한 줄 한 줄 모국어로 옮기듯 무늬를 해체하고 이해한 것을 다시 밖으로 끄집어 내는 과정을 통해서 상실된 타자성의 회복이 가능할까. 벨라의 아름다움을 어림잡아 번역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해독 일 수도 있었겠지만 번역의 과정 내내 아름다움이 결과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누구나 한번쯤 어디선가 만났던 나의 벨라를 떠올리고 상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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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지 않는 사람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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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지 않는 사람은 위험하다

박필교,유현경


2021.3.19-4.22

아트스페이스 휴


직접적으로 몸과 신체를 드러낸 작업들은 기존 질서와 체계에 대한 강한 저항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때문에 신체를 도구로 발화한 작업들은 대부분 진지하고 엄숙하게 다루어진다. 신체를 다루는 기존의 방식과 사고를 새롭게 전복한 박필교 작가는 나체의 자화상을 작업의 유일한 소재로 사용한다. 작가의 일상과 주변의 갈등과 부조리를 사실적이면서 유희적으로 풍자하는데 비판이나 조롱의 대상, 피해자가 없는 비폭력적 유머를 표방하기 위해 작가는 스스로를 대상화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상적 장소나 상황에서 벗어나 사회적 함의를 갖는 장소에 놓인 자화상을 통해 새로운 해학을 선보인다. 박필교 작가의 사실적 회화와는 대조적으로 유현경 작가의 작업은 대상을 앞에 두고, 대상을 보지 않고 그리는, 대상이 거의 포착되지 않는 추상화에 근접한 표현주의적 성향을 지닌다. 작가는 대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그리는 대상과 작가 사이에 발생하는 비가시적인 기류, 순간적인 에너지를 그린다. 근래에 작가는 인물 중심에서 주변 환경이나 장소의 인상을 그리는 것으로 작업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며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는 새로운 환경에서 느끼는 낯섦과 익숙함 그리움과 같은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글_김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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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say a 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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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say a word

김연진 박광수 배윤환 심래정 조민아 홍남기

2021.2.5-3.11

아트스페이스 휴 

로우테크 기법의 애니메이션은 하이테크놀로지 시대의 최첨단기술을 정중히 거절하고 가공하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그림 자체를 택한다.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이 갖는 서사성과 기술력을 들어낸 무언가 어설프고 어긋나는 애니메이션은 새로운 회화 형식을 실험하고 그의 한계를 확장할 수 있는 영역이 될 수 있다. 김연진 작가는 직접 만든 정교한 미니어처를 배경으로 제작한 두 편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선보인다. 펜으로 드로잉 작업을 하는 박광수 작가는 드로잉과 동시에 애니메이션을 꾸준하게 작업해왔다. 배윤환 작가는 작업실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온갖 기이한 상상의 실현을 구현한다. 심래정 작가는 바이러스가 인간의 몸에 침투하려는 시도와 이를 막으려는 내용의 애니메이션 <맨 처음에 생긴 것은>을, 동양화 작업을 하는 조민아 작가는 최근 시도한 3분가량의 신작 애니메이션을 선보인다. 홍남기 작가는 영화 속 오브제와 텍스처를 차용하여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영화 <저수지의 개들>과 <지구 최후의 날> 에 등장하는 고트(gort) 로봇을 소재로 제작한 작업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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