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기획전02 _ 링 프로젝트 -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라.

기생-테크놀로지_ 큐레이터 개조 프로젝트

도움말 F1 : 2007년 대안공간 휴의 연례기획전 주제인 일시적인 테크놀로지(Temporary Technology) 개념을 기존의 테크놀로지에 대한 문제제기 형식의 테크놀로지 개념으로 이해하고, 이를 확장하여 기생-테크놀로지(parasitical- technology)개념을 제기 해본다. 기생-테크놀로지는 기존의 기술에 기생(숙주)하는 테크놀로지로, 기존의 기술에 대한 문제제기와 아울러, 이를 변태 생성시켜 또 다른 테크놀로지를 발생케 하는 테크놀로지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기생 개념이 함의하듯, 색다르고 새로운 유효성을 가지는 무엇이 아닌 일시적인 효과를 창출시키는 테크놀로지인 만큼, 진도구처럼 쓴웃음이지만 생각을 던지는, 허망한 테크놀로지 개념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의 경우 연관 항은 존재하지만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이질적인 활동을 하는 문화기획개발자인 민병직과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최영준과의 네트워킹 작업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기생하여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변종 생성케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에 이러한 기생-테크놀로지 개념이 타당했던 것이다.

#1. 이런 맥락에서 최영준이 기존에 만들었던(이 소스 역시 이미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소스를 활용) 인간개조프로그램을 숙주 소스로 하여, 민병직이 이에 기생하는 방식으로 개입하여, 일시적인 숙주 소수의 대행자라 할 수 있는 최영준이 이를 받아들여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어떤 면에서는 개발이라기보다는 기존의 프로그램에 대한 변형, 변태 생성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큐레이터 개조프로그램은 단순한 기술 이상의 의미를 획득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적 설정인데, 작년에 유난히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큐레이터 개념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제기의 의미를 획득하고, 또한 기생자인 민병직의 직업이기도 한 큐레이터의 의미를 존재론적으로 되물어 보기 위해 설정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다시 공동 개발자인 민병직에게 기생 기술로 작동하게 되는데, 이는 최영준의 큐레이터에 대한 해석을 통해(기생을 통해) 민병직에게 피드백 되는 과정을 수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인 네트워킹 방식을 서로가 서로에게 기생하는 관계로 변형시킨 것이다. 이는 결국 큐레이터 개념(원소스)에 대한 민병직과 최영준의 쌍방의 기생개념을 통해 새로운 개념을 파생시키고자 하는 과정과 맞물린다. 결국 기생테크놀로지 개념을 통해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지식과 권력의 문제를 생각해보고, 이러한 큐레이터에 대한 사회적 코드화의 의미를 되물어 보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가 기획된 것이다. 아울러 새롭게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를 통해 기계적이지는 않지만 큐레이터 개념에 다양한 변수를 적용하여 그 변환(변태) 가능성을 가시화시키고자 할 것이다. 

#2. 이는 테크놀로지 개념이 좁은 의미에서의 도구적인 기술 개념이라기보다는 소프트웨어나 미디어를 통해 신체에 어떤 방식으로든 연관되고, 또한  권력의 기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개념 속에서 설정된 것이다. 이번 전시는 따라서 큐레이터개조프로그램 프로그램을 민병직과 최영준의 서로의 기생관계를 통해 만들고자 함이 주이긴 하지만 그 협업의 과정을 도해하고 가시화시키는 것 역시 프로그램 개발 이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시 말해 큐레이터를 둘러싼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의미를 상호협업의 과정을 통해 재해석되고 개입되는 과정을 드러내는 것이다. 전시는 이런 맥락에서 민감한 사회적 현안에 대한 상호 이질적인 해석, 해석을 둘러싼 힘 관계를 도해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사회적으로 설정된 개념에 대한 힘관계를 표출시킨다는 면에서 일종의 다이어그램이라 할 수 있고, 이미 알려진 풍경의 이면에서 작동하는 시각적 요소를 드러낸다는 면에서 일종의 새로운 의미의 지도그리기라 명명할 수 있겠다. 결과물로 얻어진 변수에 의해 임의적으로 결정된 큐레이터의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들은 큐레이터를 둘러싼 사회적 이미지 자체를 보여줄 수는 없지만 다양한 변수에 의해 매개될 수밖에 없는 유동적인 큐레이터의 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여기에 소프트웨어로서의 이 프로그램은 참여자의 큐레이터에 대한 해석과 조작을 통해, 다양한 변수의 가시적인 결과물을 산출할 수도 있는데, 이는 사회적으로 미리 규정된 큐레이터에 대한 고정적인 인식의 지평을 변형시키는 재미 또한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번 전시가 큐레이터에 대한 어떤 이상적인 상을 제시하길 원한다든가, 큐레이터 담론에 대한 특정한 문제제기를 수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3 우리는 이번 기생테크놀로지 개념으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가 정확한 함수를 가진 어떤 예측된 시각적 결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결코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그러한 가시성 속에서 유동적인 변수성 자체를 드러내고자 한다. 결국 수많은 변이에 의해 유동적인 개념들이 변이의 흐름 자체를 드러내는 것이고, 이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변태, 변형의 이미지들은 결국 사회적 의미와 합의의 문제가 유동적임을 보여주는 것인 동시에, 아직 발산되고 실현되지 못한 어떤 가능성자체를 암시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뻔한 결론일수도 있는 다음의 말들, 천의 얼굴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현실 큐레이터의 어떤 가시성을 드러내길 원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미 합의된 부정적인 큐레이터에 대한 고정적인 인식을 넘어 변이와 전복의 이미지, 새로운 가능성을 열려진 큐레이터에 대한 농담과도 같은 진담들을 또한 기대해본다.

#4 기생테크놀로지 개념은 다른 맥락에서 테크놀로지와 주체개념의 문제를 제기한다. 테크놀로지 개념은 결국 힘(권력)의 작동이 내면화된 개인의 실천에 영향을 주는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념은 이번에 개발된 소프트웨어가 큐레이터 일반에 관한 문제제기이지만 동시에 기생자 중의 한 사람인 민병직이라는 주체와 연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큐레이터에 대한 일정한 거리감과 자의식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면서 사회적으로 큐레이터라는 존재론적인 규정을 당하고 있는 민병직이라는 개별 주체를 통해 기생테크놀로지가 어떻게 개인의 내밀한 주체설정과 연결되는지를 드러내고자 한다. 사회적 이슈로서의 큐레이터 일반에 관한 것 이상으로 이번 프로젝트가 좀 더 구체성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재 큐레이터의 존재에 기생하여 또 다른 변이와 생성을 줄 수 있는 기생테크놀로지 개념을 통해 테크놀로지 일반 개념에 문제를 제기하는 일시적인 테크놀로지, 새로운 개념을 파생하고 실천시키는 일시적인 테크놀로지 개념에 다가서려 한 것이다.

#5, 결국 우리는 일시적인 테크놀로지 개념이 실재 유용성을 창출하는 테크놀로지가 아니라 비껴서 다시 생각하게 한다는 면에서 일시적인 유용성이 있긴 하지만 그 기능성은 무용하고 덧없는 유용성, 이를테면 기생-기능을 주는 테크놀로지 개념으로 이해한 셈이다. 지극히 개념적이고 개념적이어서 그 개념에 대한 덧없음조차 떠올릴 수 있는 그런 테크놀로지 말이다. 테크놀로지는 그렇게 다시 현실화되고, 현실의 구속력을 지닌 다양한 심급들로 재정향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