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관 안내

2010 1 1일부터 1 3일까지 신정 연휴 관계로 휴관합니다.

전시장 방문에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국제교류 기획전 Parallel Signal:평행신호

끝도 없이 지루한 발신(發信,신호보내기)
 

. 김노암 (전시기획자)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는 일들이 있다. 보고 싶지 않아도 보게 되는 것들도 있다. 그것이 실재(reality)이든 환영(illusion)이든.

 

스크린 위를 해맑게 뛰놀던 아이들은 마치 순결한 소녀나 토끼처럼 까르르 웃으며 거리를 질주한다. 아이들 사이의 주먹다짐, 욕하기는 타고난다. 아이들의 대화는 작은 폭력으로 이뤄지고 이는 세련된 학습 과정을 통해 사회화된다. 여인들은 강변을 걷고 춤추고, 아이들은 살해당한다. 아이들이 자라면 나라와 민족을 위해 군인이 되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일찍이 살해당함으로써 군대를 가지 않게 되었고, 우리는 그것을 아이들의 행운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폭력의 가해자, 살해자의 운명으로부터 해방된 셈이다. 만일 아이들이 살해당하지 않은 채 성인이 되어 가정을 이룬다 하더라도 그것은 가짜 삶이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우리는 막연히 존재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질문을 할 수도 있다. 숨쉬기 위한 존재인지, 아니면 뭔가를 이루기 위해 숨을 쉬는 것인지. 상처와 폭력으로 나타나는 존재하기란 존재하지 않기나 또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논리와 역설이 한데 엉킨다. 이야기들이 서로를 잡아먹는(삼키는) 세계가 가능하다.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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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다양성과 개성의 사회로 들어서면서 개인의 고립과 사회와의 관계, 현실적인 의사소통의 문제들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동시에 다인종, 다문화 사회에 들어서면서 사람과 사람, 개인과 사회, 사회와 사회 간의 관계와 의사소통의 문제가 더더욱 중요해졌다. 세계가 작아지면서 개인이 커진 것은 아니다개인도 작아진다. 세상이 이렇게 변해가는 가운데 현대예술가들은 무언가 자신의 삶에 결정적인 요소들을 찾고 진실한 리얼리티와의 교감, 교신(交信)을 모색한다.

우리가 영상미디어를 욕망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1960년대 텔레비전이 상용화되면서 대중매체, 대중문화의 시대를 살게 된 현대인의 예술은 더 이상 과거의 예술이 아니게 되었다. 예술의 성격과 개념이 바뀌면서 그 표현형식 또한 크게 변모하였다. 대중매체에 의해 좁아진 세계에서 예술은 마치 지식이나 정보처럼 사용되고 유통되게 되었다. 예술은 하나의 언어가 되었고 의사소통의 장이 되었다.

 

사람들은 대중매체가 개인을 대중으로 만든다고 말하게 되었다. 동시에 이런 생각은 엘리트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대중이 비로소 삶을 운영하는 주체로 만들었다는 인식과 갈등하고 투쟁한다양립 불가능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두 인식과 가치가 갈등하며 공존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면, 예술의 존재는 대중매체시대를 사는 우리의 근원적 딜레마가 된다. 예술은 바로 그 모순된 상태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모순과 예술의 빈번한 조우는 시대마다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우리는 그 새로운 형태들을 이번 <평행신호>전에 초대된 작가들의 영상작품에서 그들 각자의 리얼한 세상살이의 경험과 사유를 통해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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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트스페이스 휴> <영국 런던의 I MYU Projects>갤러리와 함께 기획한 평행신호>전은 한국과 영국에서 활동하는 영상미디어아티스트의 교류전으로 형태로 준비되었다. 초대작가는 김세진, 김태진, 전수현, 이기수, 양소영, Grace Ndiritu, Pia Borg, Rob Smith, Sumito  Sakakibara, Mai Yoshida이다.

 

출품작은 김세진의 야간근로자, 김태진의 Kids of the Edge, 전수현의 군대스리가, 이기수의 Absence, 양소영의 강가의 테일, 그레이스 은디리투Grace Ndiritu My Blood Self:Giving Birth, 피아 보르그Pia Borg Palimpsest, 롭 스미스Rob Smith Cloour Samples, 수미토 사카키바라Sumito Sakakibara Kamiya’s correspondence, 마이 요시다Mai Yoshida Alice’s Cave가 상영된다.

 

이들의 영상을 보면서 우리는 전혀 다른 성장환경과 경험, 학습, 인식과 사유의 과정들이 어떻게 매우 유사한 자기인식과 세계인식을 보여주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영상에 기록된 개인의 독립된 경험과 사유의 행위는 개인의 세계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계로 도약해 버린다. 개인의 내밀한 독백이 공공연한 선언이 되는 것이다.

 

현대인의 생득적 공포와 불안과 고립, 끊임없이 진실한 삶으로부터 유리되고 배제되는 비극적 숙명을 일상이라는 관습적인 세상살이 속에서 추출하여 형태를 부여하여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어둡고 모호한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한 갈등과 투쟁의 세계를 이들의 영상에서 만난다. 일상의 그늘 진 곳에서 발견할 수도 있다.  

평행신호>전에서 우리는 한국, 영국, 미국, 일본에서 활동하는 작가들로 그들의 활동에서 오늘날 세계인으로서 세계를 대하는 한 개인의 미적 인식과 삶의 태도가 어떻게 영상이미지 또는 영상언어로 실현되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들은 서로 고립된 채 자기 자신은 물론 서로가 서로에게 미처 인식하지 못 한 채 동일한 문제에 다가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자 이내 자기 자신에게로 신호가 되돌아온다.

 -전시 기간: 2009. 12 03 () -2009. 1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