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t_폼: 김동원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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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1 ~ 07.18

모호하고 무거운 이미지, 신뢰의 그림자들

김동원 작가의 작업은 일상의 시각 인상과 의식 상의 관념이 꼴라주된 이미지들로 작가의 심상(心象)을 만든다. 의식 상에 무작위로 떠오른 경험과 사물의 이미지들이 뒤섞이며 어떤 예기치 않은 감각 또는 어떤 숙명(宿命)적 만남을 이끌어낸다. 이미지를 통해 작가는 평소 생활하며 경험해온 믿음과 불신(不信)의 문제를 생각했다고 말한다. 온전히 보이는 것들에 대해 불편하며 또 그러한 일종의 불신을 형상화한다고 주장한다. 작가는 이런 식으로 긍정보다는 부정의 세계에 몰입한다. 작가의 이미지는 이분법적 차원의 불규칙하고 유동하는 형태들을 불변하며 고정된 형태와 비교한다. 생(生) 이전 또는 생 이후의 풍경처럼 보이기도 한다. 일종의 불길한 환타지가 움찔움찔한다.

실내는 식물들로 가득채워져 있다. 그런데 역광으로 인해 식물 하나하나의 개체로서의 의미는 사라지고 모호한 그림자들로 식물의 정체를 알 수 없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어는 순간부터 산뜻하고 우아했던 공간이 기괴한 장소로 변했다. 인물의 정체, 장소의 의미, 공간의 분위기 등이 검은 실루엣의 식물들에 의해 숨겨져 미스테리한 분위기가 된다. 마치 어떤 범죄가 벌어졌던 음습하고 습한 장소들. 마치 오늘의 회화의 성격이 그러하다는 듯 뒤섞이고 정돈할 틈 없이 급하게 마무리된.

작가의 이미지는 외계의 생명체처럼 뒤틀린 검은 식물(선인장)을 중심으로 군인과, 새와, 고대의 조각이 뒤섞인다. 수술복을 입은 의사는 뭔가 불길한 행위를 시도하고 있다.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를 떠올리는 긴 날개의 새들의 실루엣이 빈 여백을 난다. 인물과 사물의 조합은 하얀 색을 배경으로 해 마치 거대한 기념물처럼 등장한다. 시시한 관념과 사물이 뒤섞이며 낯선 것으로 변신한다. 배경은 더욱 밝게 환하다. 부분부분 채색이 되어있으나 거의 보이지 않는다. 역광으로 인해 사물의 현실감을 사라지고 어둡고 밝은 경계의 아웃라인만 남는다. 주위는 더 어둡고 침침하다. 시공의 차원이 플랫하게 평평해지면, 거꾸로 화면 속 이미지는 거대한 사물로 변해 버린다. 세상의 종말 이후 남은 것들의 이미지를 재현하듯 폐허와 흔적, 연옥의 한 장소를 연상시킨다. 관찰자와 관찰대상, 작가와 대상의 관계는 흔히 역전되며 누가 누구를 바라보는지 모호해진다.

작가는 그 동안 믿어왔던 모든 것들이 해체되는 과정을 경험한다. 신념과 관계의 해체를 내면화한다. 검은 풍경, 검은 정물은 다른 차원을 넘나드는 과정에 겪게 되는 체험을 형상화한다. 기존의 시간과 현실은 믿을 수 없는 허상이 되어버린다. 허상과 허위의 수렁을 천천히 쉬지 않고 하나의 방향을 설정하며 전진해나갈 뿐이다. 작가의 이미지는 단지 그 흔적들이다. 모호하고 아주 무거운.

- 아트스페이스 휴 운영위원장 김노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