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수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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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수 개인전

2020.5.22-6.25

경기도 파주시 광인사길 111, 301

- 10:00-18:00

031-955-1595

 

<곽경수 개인전>은 마영신 작가의 다음웹툰 <아티스트> <곽경수의 길>의 주인공 곽경수가 실제 전시를 연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전시이다. 이혼한 중년의 미대 강사인 곽경수는 작품 활동보다 미술계에서 권력을 잡기 위해 연줄을 대기에 급급한 ‘꼰대 예술가’이다. 곽경수는 동료 작가 신득녕의 재기를 통해 작가로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비로소 진짜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곽경수가 과거에 자신이 그린 그림 위에 새롭게 드로잉을 더한 작업과 추상작업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 새 작업을 포함한 10점의 신작과 김오키 새턴발라드와 협업한 <곽경수 오케스트라>의 애니메이션, 곽경수가 탄생하게 된 작품 <빅맨> 등 곽경수라는 캐릭터의 탄생과 관련한 마영신 작가의 이전 작업을 아카이브룸에 함께 전시한다. 또한 만화 <아티스트>에서 곽경수의 아는 형으로 등장하는 박민규 소설가가 개인전의 서문을 집필하고 곽경수의 친한 동생인 김오키 새턴발라드(김오키 진수영 정수민)의 새 앨범 <곽경수 오케스트라> 공연을 선보이며 <아티스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사건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실제로 구현된다.

마영신 작가는 <19년뽀삐> <남동공단> <벨트 위 벨트 아래> <삐꾸래봉> <엄마들> <연결과 흐름> <콘센트> 등 현실적이고 사회성 짙은 만화를 연이어 발표했다. 최근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2020, 창비) 시리즈 중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아무리 얘기해도>를 출간했다.


 

[곽경수 개인전에 부쳐]

그림자라는 그림의 그림자

박민규(소설가)

 

피카소는 ×도 아녜요. 곽경수를 처음 봤을 때 그가 건넨 말이다. 20년도 훨씬 넘은 일인데 어느 술자리에서였다. 그는 그림을 그린다고 했고 초면인 나에게 진짜 또박또박 그렇게 얘기했다. 농담으로 한 말이 아니었다. 그는 쉴 새 없이 미술의 본질, 뎃생의 역학에 대해 역설했고그런 면에서 피카소는 너무 나이브하다고 했다. 며칠 째 씻지 않은 모습이었는데 그는 역시나 그림을 그리다 나왔다고 했다. 결코 나이브하지 않은 땀냄새와 암내눈을 동그랗게 뜨고 스스로의 예술혼을 확인한 적 있냐고 내게 물었다. 예술혼 같은 게 있을 리 없는 나는 왠지 야단을 맞는이 아니라, 실제로 대화 도중 잉베이 말흠스틴(스웨덴 출신의 기타리스트)을 잉위 맘스틴이라고 했다가 호된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 아무리 작은 오점도 그는 용납하지 않는 성격이었고 심하다 싶을 정도로 안주를 많이 먹었다. 그리고 풋, 입바람으로 앞머리를 띄워가며 그렇게 말한 것이다. 피카소는 ×도 아녜요. 다리를 꼬고 엉덩이를 잔뜩 뺀 특이한 자세로 한 말이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래서 그를 도저히 잊을 수 없었다(잊으려 해도). 방송이니 잡지니, 아무튼 살면서 피카소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절로 그 친구, 곽경수를 떠올려야 했던 것이다. 그 존재감마치 나를 잊지 말아요 주문이라도 건 것처럼 피카소를 생각하면, 또 예술을 생각하면 그 친구 지금은 뭐하나? 절로 곽경수의 근황이 궁금한 것이었다. 세월은 잉위, 아니 잉베이 말흠스틴의 손가락보다 빨랐다.

그를 다시 만난 것은 10년이나 시간이 지나서였다. 역시나 우연한 술자리였는데 동명이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는 변해 있었다. 우선 풋, 입바람으로 띄워올릴 앞머리가 사라졌고 그래서인지 핏, 사사건건 비아냥대고 조소를 날리는 인간이 되어 있었다. 다리를 꼬거나 엉덩이를 잔뜩, 뒤로 빼지도 않았다. 이상하리만치 살이 쪘는데 또 이상하리만치(그 몸으로) 행동은 잽쌌다. 모 대학의 미술교수가 오자 그는 누구보다 빠르게 자리를 이동하고 처세를 시작했다. 인생은 포드론 저글링이지. 의미가 불분명한 말을 하며 윙크를 하기도 했다. 요즘도 그림 그리냐고 내가 묻자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대학일이 너무 바쁘다고 했다. 그는 시간강사를정확히는 시간강사 자리를 따기 위한 어떤 일들, 또 지금 자신이 추진 중인 여러 일들을 세 시간에 걸쳐 설명했는데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는 끝내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를 종잡을 수가 없었다. 다만 웩, 웩 연남동 어느 후미진 골목에서 속을 게워내는 그를 보며웅크린 그의 육중한 등을 손으로 두들겨 주며인생은 포드론 저글링이 아니라 실은, 포드론으로 울트라리스크를 뽑아야 하는 버겁고 힘든 미션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날 곽경수는 눈물을 보였다. 초면은 아니지만 10년만에 만난 내 앞에서 엉엉 울었다. , 나는 세상을 용서할 수 없어. 그가 말했다. 많이 취했네,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 새벽이었다. 그후로

그리고 이따금 그는 전화를 걸어왔다. 때로는 지친 목소리, 때로는 취한 목소리였고때로는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감안하건대 싱크대에서 소변을 보며 걸어온 전화였다. 언제나 형 소설 잘 읽고 있어요,로 시작하는 대화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가 내 소설을 읽을 리 없다는 사실을그리고 대화의 끝은 언제나 돈을 빌려달라는 것이었다. 큰 금액은 아니었다. 피카소도 누군가의 돈을 빌려야 했던 순간이 분명 있었겠지. 그렇게 다시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차마 거절하기 힘든 소소한 액수의 돈이 울트라리스크 정도의 덩치가 되자 그는 연락을 뚝, 끊었다. 피카소도 분명 누군가와 연락을 끊어야 했던 순간이 있었을테고 아니, 그보다는작업은 잘 되가? 입버릇처럼 인사를 건네 온 나의 작태가 심히 후회되고 미안하였다. 그렇다고 전화를 걸 수도 없었다. 이제 무슨 말을 해도 돈을 갚으란 소리로 들릴 것 같아 나는 차마 수화기를 들지 못했다. 한참 후 곽경수가 내 욕을 심하게 하고 다닌다는 말이 들려왔다. 운명처럼 피카소의 그림이 경매에서 기록을 갱신했다는 뉴스가 외신으로 전해진 날이었다. 마치 기록을 갱신하듯

그의 전화가 걸려온 것은 그저께였다. 무슨 만화도 아니고느닷 없이 자신의 개인전 소개글을 써달라는 전화였다. 20년 전의 그날 밤처럼 나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는데, 미술을 알고 말고를 떠나서돌아보니 여태 한 번도 그의 그림을 본 적이 없어서였다. 그래도 어쨌거나 그간 열심히 그렸구나, 말을 건네자 이제부터 그려야죠! 초현실적이고 입체파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이 존재감결국 만나서 얘기하자, 대화를 마무리 짓고 나는 간만에 또다시 그를 볼 수 있었다. 동명이인은 아니지만 그는 그 사이 또 분명 다른 인간이 되어 있었다. , 핏 하던 입버릇은 사라지고 소소한 돈을 빌려달라고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눈빛이 변해 있었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의 눈빛도 분명 아니었다. 그렇다고 세상을 용서한 것은 아닌데

 

다만 경수는

비로소 자기자신을 용서한 인간이 되어 있었다.

 

그날 경수는 말했다.

, 내가 살아 온 그림자 속에

그림이 있더라구요.

이제 그게 보이더라구요.

 

그림에 대해 내가 뭘 아나, 그러니 이 이상한 소개글을 정리하자면모월 모일(언제라고 말도 해주지 않았다, 이 존재감!) 경기도 파주의 어느 갤러리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에 당신을 초대하기 위함이다. 그의 그림이 어떤지 나는 모른다. 우선 미술에 대해 문외한이고또 알게 뭐냐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좋은 그림인지 뭔지 나는 모르겠고다만 이것이 비로소 자신을 용서한 인간의 그림이다, 라고는 말하고 싶다. 피카소도 스스로를 용서한 순간이 있었을까? 아니면 어느 봄날, ×도 아닌 인간들이(피카소 포함) 우루루 모여 누군가의 그, 용서의 흔적을 지켜보는 일도 그리 어이 없는 일은 아닐 거란 생각에 그저 무심코 몇 자 끄적여보는 것이다. 경수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인간도 저런 인간도

 

그러니 당신도

부디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그림자를 가진 인간은

누구라도 자신의 그림을 가진 화가이며

그러니 그

그림자라는 그림을 위해

 

그저 봄날

단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