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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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의 범주를 어디까지 한정할 수 있을까? 전통적 의미의 드로잉은 작업의 기초적 개념이나 구상을 간단한 도구로 빠르게 그려내는 에스키스와 거의 유사하게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즉흥적으로 행위의 흔적을 남기는 액션 페인팅 이후 퍼포먼스와 결합된 개념적 형태의 드로잉의 범주는 거의 모든 영역에 적용될 수 있을만큼 확장되었다. 동시대의 드로잉은 연필이나 펜부터 수채, 유채, 콜라주 등 거의 모든 회화 작업의 재료와 차이를 갖지 않으며 표현 방식과 완성도에 있어서도 본 작업과 선후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독자성을 획득했다. 그럼에도 드로잉이 갖는 고유한 장르적 특성은 대상을 특정화/구체화하지 않으면서 의식의 흐름과 행위의 흔적을 가능한 가장 단순한 형태로 남기는 간결함과 투박함에 있다.


<어떤 사람>어떤이 갖는 불특정적이고 추상적인 접근 방식으로 다양한 회화 작가의 드로잉 작업이 어떠한 개별성을 갖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이는 선 자체의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향유하거나(곽상원) 색면에 덮여있던 절제된 내면을 드러내고(김창영) 단순화된 인물의 표현에서 사회적 관계를 읽거나(박광선) 감정의 내밀한 변화를 대상에 투영하며(안준영) 회화의 고정된 관념을 환기하는 역할을 하고(양경렬) 놀이를 즐기듯 가볍게 그러나 그마저도 매우 치열하게(유승호) 익숙한 관습과 습관으로부터 도망치듯(윤상윤) 낡고 오래된 것들의 쓸쓸한 역사를 보여주는(최은숙) 어떤 드로잉들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