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장부탁드립니다
Sunday, November 17, 2024
정철규 개인전
답장부탁드립니다
2024.11.20-12.24
정철규 작가의 개인전 《답장부탁드립니다》는 관계의 실패담을 고백하는 누군가의 방을 펼쳐 놓은 것 같다. 벽에는 17년간의 11월 달력을 수놓은 손바느질 실드로잉 작품 17점이 나란히 걸려있고, 바닥에는 누군가에게 이별을 고하는 내용이 적힌 편지를 색연필 드로잉으로 제작한 설치 작품이 뉘어져 있다. 작가는 이 전시가 누군가의 일기장을 몰래 읽어 내려가는 듯한 기분으로 그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한다.
정철규 작가는 2020년부터 사회적 약자로 불리는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름을 지우고 모이는 자리〉(2020~)는 인터뷰이가 지인의 이야기를 전하는 ‘전달인터뷰’ 방식으로 실제(혹은 허구의) 남성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남성성을 상징하는 양복 원단위에 반짝이는 색실을 사용해 작가의 손으로 한 땀 한 땀 수놓은 설치 작품으로 구현된다. 이 프로젝트는 《브라더 양복점》(2021~), 〈짝사랑 실험실〉(2022), 《구름이 되었다가, 진주가 되었다가,》(2023) 전시와 작품으로 이어지고 이번 아트스페이스 휴에서의 개인전 《답장부탁드립니다》로 연결된다.
설치 작품 〈백 여덟 번째 이별 편지에 대한 답장1〉은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 프랑스관에서 전시한 소피 칼의 〈잘 지내길 바래요〉 작품에서 착안해 제작한 작품이다. 소피 칼은 그의 남자친구에게 갑작스러운 이별 편지를 받았고 이 편지를 107명의 각계각층에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편지를 해석하여 표현해 주기를 부탁했다. 이에 정철규 작가는 소피 칼이 이 이별 편지를 108번째로 보낸 사람으로 설정해 이별 편지를 표현했다. 곱씹고, 찢고, 다시 꿰매는 과정으로 제작한 편지는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을 시적으로 보여주며 추후 소피 칼에게 메일로 보낼 예정이다.
그 외에도 〈지금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와 〈서성거리는 노크〉등 천위에 수를 놓은 손바느질 실드로잉 작품이나 천위에 색연필로 옅게 드로잉하는 방식으로 정철규 작가는 사랑이라는 단어로 통용되는 수많은 관계의 생겨남과 사라짐의 쓸쓸한 흔적을 기록하고 기억하기를 시도한다. 정철규 작가는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또한 2018년 경기창작센터 입주를 시작으로 OCI미술관, 팔복예술공장,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을 거쳐 현재는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에 입주해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