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
김창영 유승호
빽
2025.10.22-11.25
mon-fri 11:00-17:00
김창영, 유승호 작가의 2인전 <빽>은 밑작업을 뜻하는 백칠(back漆)에서 연유되었습니다. 빽(백)이라는 단어는 뒤, 뒤쪽이라는 의미의 back 외에도 흰 백(白), 숫자 백(百), bag, 말하는 사람 뒤에 붙는 ㅇㅇ백, 배경 혹은 뒤를 봐주는 사람을 뜻하는 빽(background), 뷁, 빽빽하다, 빽빽거리다 등 한글, 영어, 한자가 뒤섞여 다양한 형태의 음과 뜻을 갖는 복합적인 단어입니다. <빽>전은 김창영, 유승호 작가가 백칠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우연히 시작되었습니다. 유승호 작가는 90년대 후반 실험적으로 백칠에 몰두했던 시기가 있었고 김창영 작가의 작업에서 백칠은 작업의 시작과 맺음을 결정하는 중요한 바탕이 됩니다.
김창영 작가는 최소한의 색과 형태를 사용하여 자연과 인공, 빛과 어둠, 직선과 곡선 등 이분법적으로 대립하는 개념들을 추상적인 방식으로 그리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신작 [Ghost] 시리즈는 달의 위상을 여름과 가을로 나누어 작업한 12점의 연작입니다. 매일 모습이 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달도 실상은 늘 한곁같음과 마찬가지로 세월의 풍파에도 늘 곁(background)을 지키는 가족을 향한 고마움과 애틋함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김창영 작가는 백칠을 한 캔버스를 곱게 갈아내어 도자의 표면과 같이 결을 매끈하게 만든 다음, 한 방향으로 내려긋는 반복적인 붓칠을 통해 색이 캔버스에 서서히 스며들도록 합니다. 색과 형태가 캔버스에 자연스럽게 스며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은 자연의 이치와 순리에 거스르지 않듯이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구분하지 않는 작가의 순응적 태도와 닮아 있습니다.
문자산수화로 동양화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유승호 작가는 문자와 이미지의 관계를 해체하고 무의식에 가까운 작가의 행위를 드러내는 벽(back)드로잉 신작을 선보입니다. 그의 기존 작업이 문자에서 이미지(산수화)로 이동하는 선형적 과정이었다면 최근의 작업은 문자에서 이미지로, 이미지에서 문자 혹은 문자로 명명할 수 없는 무언가로 옮겨다니며 비선형적, 비연속적 이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그의 행보는 작가가 문자와 이미지 사이를 자유롭게 유영하며 기존 작업에 대한 해석이나 판단으로부터 한층 자유로워진 상태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번 전시는 백칠에서 파생된 ‘빽’의 의미를 다층적으로 들여다보고 회화(평면)의 고유성과 유연성이 유희적으로 만나는 전시가 되기를 바랍니다.
글_김현 큐레이터
1. 김창영, Ghost autumn01-06, oil on canvas, 182×60cm, 2025
2. 유승호, 빽, 286×563cm, 여러 재료,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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