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 음식’전

“저 사람 참 밥맛없어!”

A출판사에 다니는 정의씨는 상관인 놀자씨가 매일 일은 안하고 사장에게 아첨하는 모습을 보면서 동료 수다씨에게 “저 사람 참 밥맛없어!”라고 말한다. 욱~하는 감정을 다스리던 정의씨는 동료 수다씨에게 오늘 점심은 어제 S방송에서 나온 맛이 ‘예술’이라는 근처의 삼계탕집에 가자고 한다. 여기서 이번 <맛없는 음식>전은 출발한다. 정의씨의 “저 사람 참 밥맛없다”는 말은 자신의 소중한(?) (식)욕구가 타인에 의해 억압 받는다는 것을 배출하는 표현이다. 동시에 맛이라는 감각적인 경험이 단순히 혀의 느낌만이 아닌 재미․만족 등 포괄적인 복합 경험으로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정의씨가 자신의 소중한 욕구를 희생하면서 날렸던 맛의 피날레는 S방송의 감각적이기만 한 맛의 향연에 농락당하고 말았다. 그렇다. 이번 <맛없는 음식>전은 기존의 문화 전반에 주로 활용 되었던 ‘맛있는 음식’에 대한 일방적인 경험과 기억이 억압하고 있는 맛의 복합적인 경험을 발견하게 함으로써 감각적인 미감(味感)의 회복만이 아닌 인식 일반의 저변을 확장하는데 있다. 그렇다면 정의씨여 어서 삼계탕의 독립국임과 삼계탕의 자주민임을 선언 하여라!  우리는 먹기도 전에 이미 정신이 배가 불러 있다.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에도 좋다”라는 말은 ‘보기’에만 집중하고 있고, ‘보기’는 ‘좋은 것’을, ‘좋은 것’은 ‘좋은 것만’을 추구하도록 조장하고 있다. 특히나 미술, 문학, 영화 등 많은 부분에 있어 맛있는 음식-그것에 대한 기억과 작용-과 같은 탐미적인 것으로 다룸으로써 경험과 기억의 다른 부분들에 대해 억압하고 있다. 이번 <맛없는 음식>전에서 작가들은 다양한 매체와 소재의 작품들을 통하여 억압된 인식을 들춰내고 관객들에게 돌려주게 된다. 작가들이 선보이는 ‘맛없는 음식’에 대한 작품들은 관객들 저마다의 경험에 의해 기억을 불러들이는 기제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또한 작가들이 보여주게 될 ‘맛없는’ 경험은 음식 자체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람, 사물 등 은유적인 부분들로까지 확장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놓게 된다. 바이홍.

- 전시일정 : 2006. 6. 15 ~ 2006. 7. 1

- 초대일시 : 2006. 6. 17(토) pm 06:00

- 기획 : 바이홍

- 참여작가 : 방은겸, 이대철, 이소명,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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