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아 개인전 - DoGmatism 02 / Existing + Missing.

<잘 버무려진 진지함의 과잉>

조영아는 1999년부터 현재까지 DoGmatism 시리즈를 제작해왔다. 아마도 한 가지 주제를 혹은 모티브를 지속적으로 집중하고 작업해가는 것은 오늘날 현대미술가들에게는 흔한 모습일 것이다. 작가 또한 8년 이상 같은 시리즈를 몇 가지 다른 형태로 변주하며 작업해왔다. 그런데 조영아의 경우 다른 작가들과 그녀의 작업을 변별할 수 있는 지점이 매우 명확해 보인다.

하나는 그녀의 작업이 인류문명사에 대한 해석 위에 출발한다는 점. 물론 이런 접근은 많은 작가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의 작업이 문명의 기원과 그 무의식적 차원에 보다 날카롭게 집중하고 또한 자신이 선택한 표현형식에 일관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폭력, 잔혹, 혼돈 등으로 명명할 수 있는 의식 또는 무의식의 차원을 영상한다.

또 하나는 퍼포먼서로서의 자신의 재능을 살려서 매번 자신의 영상에 출연하며 또 그 연출이 매우 개성적이라는 것이다. 조금은 비현실적인 캐릭터로서의 자신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작품에 개입시키고 점차 강화한다. 그녀는 여성주의 이전의 단계에 서길 원하며 신디 셔먼이 개척한 길을 참고하며 자신의 길을 모색한다. 잔혹성으로 점철된 인류의 문명과 문화, 그녀가 발딛고 있는 분단 한국의 비현실적 폭력과 불안의 풍경. 사이비 민주화와와 결탁한 미소짓는 세계화와 고도 자본주의. 또 그러한 현실에 영합하는 비판력을 상실한 국제주의 현대미술 등이 그녀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이다.

이번 개인전에 소개되는 영상은 그녀 특유의 과잉된 진지함과 모호한 신비성을 일으키는 연출로 문명비판적인 조소와 비판적 패러디의 전형을 보여준다. 현대 영상설치미술이 놓인 맥락과 분위기에 대한 우아한 패러디와 같다. 시대착오적인 진지함으로 일관된 도그마티즘 시리즈의 미덕은 바로 그 진지함이 과장되고 재탕되어야만 할 것 같다는 또 다른 차원에서의 패러디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유쾌한 시대착오적 편집증이랄까?

과거 무성영화시대에는 변사라는 직업이 있어, 스토리는 물론 주인공들의 심리상태라든가 어떤 보이지 감정을 대신 이야기해준다. 조영아의 영상에는 그런 변사가 등장할 것 같다는 느낌이다. 홍콩무협과 느와르를 적당히 섞고, 차이나풍의 의상과 다소 과장된 동작들. 30-40년대 무성영화를 보는듯한 복고풍의 패러디가 오히려 2006년 영상설치작품들의 경향과 상황과 비교하여 그녀의 도그마티즘 영상이 놓인 독특한 접점을 환기시킨다. 조영아는 작가의 개성적인 인상과 영상과 그 영상이 놓인 맥락이 어울려 우리에게 또 다른 영상작업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아트스페이스 휴 기획팀.

- 전시기간 : 2006. 7. 7 - 2006. 7. 26

- Opening 2006. 7. 8 (토) pm.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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