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윤 개인전 - 기술이 실패할 때 현실이 드러난다.

기술이 실패할 때 현실이 드러난다. 

기술의 실패: 몇 번의 개인적인 경험
1. 새로 산 GPS를 이용해서 처음 가보는 길을 가다가 외부 순환 고속 도로를 한 바퀴 돌고선 두 시간 만에 제자리에 와있었다.
2. 조용한 회의 시간. 마음에 들어 하던 사람이 바로 앞에 앉아서 문자 메시지를 보냈더니 답장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답 문자가 오지 않아서 오해가 생겼다.
3. 지하실에서 전화가 안 터지는 것도 모르고 계속 전화를 기다렸다.
기술의 실패는 일상에서 종종 일어난다.

기술의 실패: 몇 가지 지워지지 않는 기억
1. 붕괴된 삼풍 백화점 앞과 뒷 부분의 잔재.
2. 한강에 떠있는 성수대교의 단절된 다리 파편.
3. 9/11 World Trade Center 테러 사건 때 부상자들이 핸드폰으로 남긴 마지막 음성.
4. 미국 남부에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건 때 무선 통신 안테나가 고장 나서 신호가 간신히 잡히는 해변가에서 사람들이 핸드폰을 높게 들고 전화 연결을 시도하는 모습.
기술의 실패는 대형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현실: 여기 (Here)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아트스페이스 휴 주변은 주거지역 이다. 이 동네를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해본 결과 기술의 실패가 극적인 모습으로 드러나는 장소를 찾지 못했다. 기껏 해야 전신주에 선이 끊겨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과 가로등에 불이 나간 것 정도를 발견했다. 세상은 내 생각보다 너무나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약간의 실망감을 감추며 다시 한 바퀴 걸어 보니 많은 현실의 편리함을 지탱하는 기술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나 무선 통신 안테나들이 골목마다 붙어 있었다. 휴대폰은 일상에서 가장 밀접하게 사용되는 기술 중 하나이다. 이 만만한 크기의 기계를 오작동 하게 한다.

현실: 지금 (Now) 한국 고유의 빨리빨리, 대충, 비리 기술(Temporary Technology) 이 초래한 비극적인 대형사고의 장소를 찾아 갔다. 강남구 서초동의 교대 역과 고속버스 터미널 사이의 특정 장소는 이 곳의 역사를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고급 아파트일 뿐이다. 지금의 공간이 내 기억 속에 있는 실패의 모습과 너무나 비교가 된다. 대한민국의 초스피드 기술이 한계에 도달해서 여태껏 지탱되어 오던 환영이 붕괴된 순간의 흔적은 다 사라졌다. 지금도 화려한 광택으로 반짝이는 외형에 내 자신이 파묻힌다.

‘지금의 현실’을 드러내기 위해서 ‘이곳의 기술’을 교란한다. 기술의 실패는 ‘현실-여기’와 ‘현실-지금’처럼 상당히 다른 두 개의 현실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대형사고가 일어났고 휴대폰이 작동하지 안는다. 혹은 휴대폰이 작동하지 안아서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작가는 관객이 보유하고 있는 휴대폰 기계를 오작동 하게 한 후 현실의 편리함은 기술로 인해서 구축되어있음을 증명한다. 작은 오작동으로도 변한 관객의 현실과 대형사고의 흔적이 다 사라진 삼풍백화점 자리가 있다. 멀쩡해 보이는 도시 풍경에서 휴대폰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본다. 우리의 머리에 각인되어있어서 익숙한 실패의 이미지를 간단한 교란을 통해서 끄집어 내고, 기술이 실패했을 때 드러나는 적나라한 현실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 최태윤.
 

- 전시기간 : 2007. 03. 31 - 04. 21

- Opening : 2007. 03. 31  PM 06:00

- 멘토링 프로그램 : 2007. 04. 14  PM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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