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선생과 발랄한 로잘린: 마광수, 로잘린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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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잘린 송 ▪ 마광수 2인전
2016. 07. 20 - 08. 10
아트스페이스 휴
마 선생과 발랄한 로잘린

인생은 팽이치기 - 마광수
사진가 로잘린 송(이하 로잘린)은 젊고 발랄한 여성작가다. 그녀는 90년대 ‘즐거운 사라’로 유교(儒敎)와 자본(資本)의 욕망이 동거하는 한국인의 내면의 속살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마광수 선생(이하 마선생)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녀는 생각했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와 ‘즐거운 사라’가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던 막장드라마 같은 시절도 이제는 한 때의 추억이 되어버렸구나.” 올해 종횡무진 야한 인생과 예술을 불태웠던 마선생은 정년퇴임을 한다. 로잘린 송은 유쾌했다. 예술관과 세대 차이를 뛰어넘어 마선생과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시절을 보내니 말이다. 마선생과 로잘린의 만남은 그냥 자연스러운 인생의 한 장면이 된다.
문란(紊亂)과 퇴폐(頹廢)란 유교적 삶에 젖어 있는 한국사회에서는 불편하거나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마선생의 창작활동은 나이 값을 못하는 유아적인 것으로 또는 괜히 해서는 안 될 짓을 해서 감옥에 간 미친 대학교수로 망각되어 왔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마선생에 대해 사람들은 편해졌다. 2000년대의 젊은 세대는 마선생을 몰라도 자유와 욕망을 맘껏 즐긴다.

마선생님 재밌어요. – 로잘린 송

야한 사람이 좋아서 그리고 사라가 즐거워서 죄가 되는 사회를 로잘린은 기억하기 시작했다. 로잘린의 사진 연작에 등장하는 인형들은 인격이 부여된 존재로 표현되고 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인형의 모습은 관능적이다. 스스로 자유롭다. 에로틱하고 변태적이며 즉흥적이다. 연출된 표정은 화려하나 고독하고 우울하다. 실종자를 찾는 사진처럼 두렵고 먹먹하다. 일탈을 준비하고 있는 포즈의 바비 인형들은 마선생의 광기를 닮았다. 고상과 허위로 채워진 고답적 예술과 세속의 욕망이 뒤범벅된 현실에서 마선생은 즐거운 사라를 찾았다.
자유가 너희를 진리의 속박으로 벗어나게 하리라 - 마광수

야한 것은 순수한 것이다’ 일갈하는 마선생은 유희와 자유의 프로파간더다. 꾸밈없이 고백하기는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인생의 허기(虛飢)다. 그의 문학과 그림은 고독과 좌절, 몰이해와 폭력사회를 감내한 자유로운 일탈이고 즐거움이다. 계속해서 요동치면서도 아주 얕은 각도로 삶을 미끄러져 가는 것이었다. 로잘린 또한 그와 다르지 않다.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타면서 자기만의 뷰파인더로 세상을 응시한다. 그 안에는 두렵고 고독한 개인으로서 예술가의 본질이 녹아있다.

‘마 선생과 발랄한 로잘린’展은 다른 시대와 현실을 산 두 예술가의 세계를 만난다. 인간의 본능과 욕망, 그 끝자락에 딸려오는 고독과 절망은 마선생과 로잘린의 특별한 현실이 아니다. 그것은 현실을 사는 대부분의 보통 삶에도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예술이 인생을 구원하기는 요원하지만 자유와 진리의 관계처럼 예술과 삶은 교묘하면서도 역동성으로 얽혀 있다. 어쩌면 두 작가의 만남이 우리에게 새로운 감각과 대화의 문을 열어 놓지 않을까.

전시는 마선생의 그림과 함께 그의 문학 활동을 재조명 하며 로잘린과 바비 인형이 찾아가고 있는 무의식과 내면의 자유를 찾아간다. 돌아오는 7월 20일부터 8월 10일까지 파주출판도시의 아트스페이스 휴에서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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