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의 “소통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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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기간 : 2003년 10월 17일 (금) ~ 10월 30일 (목)
- 전시오프닝 : 2003년 10월 17일 (금) 오후 6시

-영상이미지의 흔적으로 남는 작가와 소통의 경계-

죽은 이미지는 하나의 의미 혹은 이미지의 체계에서 다른 체계로 넘어갈 때 전혀 새로운 이미지가 된다. 이미 과도하게 사용되어 죽어버린 이미지들과 의미들이 새롭게 제시되는 가능성이 이미지생산자에게는 언제나 열려 있다. 따라서 과잉된 이미지들과 또 그로인해 이미지들의 묘지가 되버리는 일상공간은 작가의 미적 맥락과 새로운 의미의 맥락을 투사할 수 있는 역동하는 장이된다. 20세기의 현대의 예술 대부분은 어떤 형식으로건 직간접으로 이러한 일상의 현실인식과 일상의 이해에 근접하였다. 현대인의 의식을 형성하는데 근원적 지평으로서 일상은 가장 중요한 관찰과 체험과 사색의 장소가 된다.

일상을 역동적으로 혹은 역설적으로 구성하는 생의 과잉과 죽음의 과잉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그러한 의미를 담는 행위와 풀어놓는 행위의 반복을 통해 현실감을 반영하고 변형시키는 재현의 문제와 이미지의 문제가 중요한 화두로 다가온다.

영상작가들에게 새로운 이미지와 은유의 조작과 구성에 필요한 어떤 명확한 문법이나 체계가 주어지지 않는다. 다만 생활 가운데 우연한 혹은 논리적 체계를 따르는 과정 중에 어떤 생동하는 이미지와 은유의 효과를 만들어 낼 뿐이다. 이미지들의 병치와 전치를 통한 역동하는 은유효과를 통해 김재화는 새로운 개념과 의미를 부여한 연속하는 운동이미지, 청각이미지를 연출한다.

작가는 기계적 반복 운동과 음울한 분위기로 무대 위에서 관객의 눈과 귀를 인솔하는 훈련소의 조교처럼 혹은 쇼윈도우 속의 상품처럼(상품은 우리를 인솔하는 지도자이거나 교육자일지도 모른다) 또는 공기처럼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관찰자-보호자 혹은 감시자로 나타난다.

공연을 보며 열광하는 관중, 이승엽의 홈런 신기록에 동참하려는 관중 등 특수한 감정 상태에 몰입된 군중의 이미지와 사운드에 작가는 말없이 고개 숙이는 허상으로 남는다. 마치 일상의 대중문화의 흐름 속에 빙의憑依되어버린 영혼 또는 유령처럼 그렇게 작가는 하나의 허상의 이미지로 고착된다. 이미지의 몽따쥬를 통해 작가 자신의 모습은 마치 작가가 잃어버린 자신의 그림자로 비쳐지고, 그렇게 잃어버린 혹은 스스로 던져버린 어둡고 흐릿한 존재로서 작가의 모습은 그림자연극의 무대효과를 연출하며 일상공간과 사람들 속에 얹혀져 있다. 학교 선생님들의 회의 과정에 애매한 관계를 갖고 참여하는 작업에서는 사운드의 속도를 임으로 변환시켜 불협화음의 심리적 상태를 만든다. 이미지의 환유, 은유, 병치의 효과를 지향하면서 정지화면으로 고착된 작가 자신의 모습을 통해 동영상에 얹혀져 웅성대고 웅얼거리는 사운드의 파열과 함께 관객으로 하여금 전통적인 소격효과와 함께 비판적 거리를 만든다.

얇은 종이장처럼 가벼운 작가의 존재감은 무성영화의 흑백과 단조로운 움직임 혹은 정지상태로 표현된다. 생동하는 군중의 이미지들과 일상을 구성하는 소비와 오락의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의 과열과 소통의 일방향성이 혹은 왜곡된 쌍방향성의 소통의 현상이 김재화의 영상에 주요한 내용을 이룬다. 이제 천부의 재능과 권위를 지닌 작가의 죽음을 은유하며 유령처럼 일상과 군중 사이를 적절한 중력을 상실한 채 배회하는 텅빈 내면의 풍경을 보여준다.  

세계를 바라보고 인간을 탐구하고 예술과 진리의 길을 모색하는 작가는 사라지고 다만 묵묵히 고개숙인 채 생을 견뎌야하는 미덕만이 하나의 미학으로 남는다. 음울한 내면의 스펙타클이 김재화의 영상을 특징한다. 김재화의 작업은 영상매체가 삶의 환희가 아닌 생의 다른 경계로서 죽음과 정지와 텅빈 존재감(부재) 등이 오히려 잘 어울린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력이 작용하는 작가의 부재와 움직이는 이미지의 결합이 보다 단순화한 연출로 빛을 발하는데, 그 빛은 군중과 개인의 습하고 어두운 불투명한 관계(상호교섭)를 조명한다.  김기용(아트스페이스 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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