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산다”

서울은 회색의 건축적  생태계이자 미술가들의 상상과 감성을 만들어내는 생산지이다.  서울은 우리의 실존과 관련한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도시공장으로서 하이브리드적 생태공간으로서 나타난다. 2003년은 그 어느 해보다도(정도 600년을 기념한 해를 제외하고) 서울이 정치 경제 문화의 화두로서 회자되었다. 다분히 담론의 장에 강력한 실체로서 나타나는 서울을 미술가들과 건축가들의 반미학적 혹은 반윤리적 맥락에 반영된 이미지들로 다루고자 한다.
서울에 산다

1.
20세기와 21세기 자본주의가 배양한 무의식적 혹은 본능적인 건축운동과 디자인 운동이 서울이라는 거대한 기표를 기치로 상호 얽히며 인공태양을 중심으로, 오늘날 도시는 대자연과 힘을 겨룬다. 아니 힘을 겨루던 시기도 이미 지나, 자유로이 인공자연과 인공감성을, 마침내 인공생태계를 이룬다. 요즈음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메트릭스는 미래가 아닌 현재이고 환상이 아닌 실재이다.

대도시를 상징하는 서울은 끊임없이 회색의 구조물로 변형-확장일로에 있고, 서울의 무한성장과 함께 황금비례를 모방한 다양한 직사각형의 간판과 간판을 채색한 기호와 플라스틱 색채가 숲을 이룬다. 시민들은 4계절 옷을 갈아입는 자연의 순결성을 찾아 회색의 인공생태계에서 섬처럼 혹은 무인도처럼 남아있는 극소의 공원들을 찾아 빡빡한 일정을 조정한다. 일상은 순종이 아닌 잡종으로 생존하고 운동하게 만드는 생태환경을 이루고, 오늘 서울은 별일없이 살아있는 생명처럼 마치 자의식을 가진 존재처럼 굳건히 콘크리트 구조를 올리고 넓힌다.

회색의 여백으로 존재하는 이러한 자연 조차 사실 인공의 순결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우울한 단상들을 한없이 읊조리는 화석처럼 굳어버린 감각만이 남아있다. 회색의 우울과 함께 무수히 토해내는 대중매채의 영상, 광고, 문자이미지들은 인공대도시에서 행복한 미래를 꿈꾸도록 그리고 백과사전적 행복한 인간, 행복한 가정, 행복한 공동체사회를 부르짖는 기묘한 역설의 상황을 만들어낸다.

2.
건축적 상상과 미술(이제는 마술적이저 온당한 표현처럼 생각되는 용어)적 상상이 다분히 서울의 회색의 미학, 자본의 미학, 부동산의 미학을 마침내 우리의 행복의 조건을 뒤집어 보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건축가들을 옥좨는 흔히 용적률를 둘러싸고 나타나는 자본의 부단한 재생산과 성장의 논리를 슬쩍 건드려 본다. 섬세한 감성이 다만 유아적 혹은 성장과 진보의 원시적 단계를 은유하는 세태와 공공의 무의식에 대해 말을 건다.

이 전시는 은연중에 현실논리속에 공공의 적으로 간주되곤 하는 무의미한 유희론 또한 미술가들과 건축가들이 쌈지주머니 속에 넣어둔 보물이다. 첨단 소재와 고밀도 자본의 아우라가 아닌, 비록 21세기를 서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현실과 몽상의 논리를 함께 가능하도록 하는 또 하나의 인공여백을 만들 본다.(김기용 아트스페이스 휴 대표)

- 전시 기간 : 2003.12.3(수)-12.10(수)

- 전시 오픈 : 2003.12.3(수) 오후 6시

- 오프닝행사 : 성냥도시 (김윤환 퍼포먼스)

- 참여작가 : 김윤환(퍼포먼스 아티스트), 나종만(넥스맵 기획이사), 세옹지마(설치미술그룹), 박준호(f>dw Architects+Designers), 박태홍(홍대-숙대 건축과겸임교수), 황태주(서원대 건축과 교수), 허민호(pur.ple architects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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