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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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손
김창영 박광선 윤상윤


2020.9.25-10.8
- 10:00-18:00
경기도 파주시 광인사길 111, 3층
031-955-1595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예비전속작가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김창영, 박광선, 윤상윤 작가의 기획전이다. ‘예비 전속작가제 지원’은 전업 미술 작가들이 창작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전속작가를 운영하기 어려운 중소 화랑 및 비영리전시공간에 작가를 발굴할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김창영의 작업은 캔버스의 밑바탕을 칠하는 백칠로부터 시작된다. 백칠은 본래 물감의 발색을 좋게 하기 위한 과정이나, 김창영의 작업에서는 그 작용이 반대로 적용된다. 백칠이 마르면 그라인더를 이용해서 화면 전체를 곱게 간다. 그리고 다시 백칠을 하고 말리고 그라인더로 가는 작업을 수차례 반복한다. 이 지난한 과정을 지나면 캔버스의 표면은 백자나 실크의 그것처럼 매끄럽고 부드러워지는데 이때 작가는 비로소 색을 올리기 시작한다. 대도시 빌딩숲의 곧은 직선과 작가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낮고 부드러운 산과 강의 곡선이 만난다. 작가의 기억 속 상이한 시간과 공간의 경험이 한 화면에서 충돌한다. 어떠한 내러티브도 유추할 수 없는 오직 색채뿐인 화면 안에서 그의 멀어짐과 가까움, 짙고 옅음, 선들의 운동을 따라가다 보면 작가가 마주한 풍경과 심상에 도달하게 된다.
박광선은 집을 짓거나 가구를 만들 때 사용되는 합판을 다룬다. 주재료가 아닌 보조 재료로서 필요에 의해 쉽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합판은 매끄러운 캔버스 대신 작가의 굴곡진 경험과 정서를 담아내기에 합당한 재료였다. 합판 주변을 손으로 힘겹게 잡아떼어 투박한 질감을 그대로 노출하는데 거리를 두고 보면 마치 고의적으로 화면을 벗어난 능숙한 화가의 거친 붓칠처럼 보인다. 부드러운 붓 끝이 아닌 작가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매혹적인 마티에르다. 합판은 캔버스와는 다르게 물감의 색을 흡수하고 합판 자체가 갖는 나무색으로 인해 마치 빛바랜 오랜 느낌을 준다. 작가는 주변 지인의 초상을 합판에 그리거나, 지인이 직접 사용했던 사물-거울-과 콜라주하여 개인의 경험과 역사를 기억하고 애도한다. 작가는 주변 지인의 죽음을 계기로 관계의 생성과 소멸, 생명의 순환과 자연 순응적인 삶의 태도를 반영한다.

윤상윤은 이드(id)-자아-초자아로 화면을 구분하는 오른손 회화에서 벗어나 익숙하지 않은 왼손으로 그린 드로잉을 선보인다. 작가는 기존에 화면을 3단으로 분리하여 개인의 성격을 구분하는 요소를 분석하거나 개인과 집단 혹은 집단 이기심 등을 다루는데, 왼손 드로잉은 작가가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관심사들을 자연스럽게 화면으로 불러온다. 왼손 드로잉은 단순히 기술이나 기법상의 미숙함뿐만 아니라 작가의 무의식을 자극하여 비이성, 비논리적 사유와 방식들이 자유롭게 작동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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