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 늘 열려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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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늘 열려 있었어요
박광선

2022.2.25.-3.31
아트스페이스 휴

“나는 합판을 망치로 내려치거나 톱과 펜치 등으로 자르거나 뜯어서 인물의 형태를 만든다. 그렇게 얻어낸 화면 위에 유화물감을 바르고 닦아내기를 반복해서 재현한다. 나에게는 처음부터 화면에 무엇을 그릴지가 아니라 화면 자체가 고민이었다. 내 몸에 맞는 옷을 입듯이 나는 합판이라는 소재를 자연스럽게 찾게 되었다. 합판은 인물을 표현하려는 나의 작업과 많은 부분 부합하는 것이었다. 빙판처럼 부드럽고 매끄러운 캔버스의 표면은 내가 제대로 서기 힘들 정도로 미끄러웠다. 김연아 선수의 실력 정도는 되어야 관중들에게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연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노트)

박광선 작가는 인물을 그린다 아니 지운다. 합판에 그려진 인물들은 그려짐과 동시에 그 특유의 거칠고 메마른 표면 안으로 스며든다. 캔버스는 아직 그에게 너무나 매끄러운 재료라며 작가는 합판에 그것도 버려진 합판에 눈길을 멈춘다. 작가가 초기 작업부터 거의 유일하게 회화의 재료로 선택한 합판은 무언가의 쓸모에 의해 사용되고 버려지는, 드러내지 않고 스스로를 감추는 헌신과 희생의 존재로 받아들여졌다. 합판의 주변을 잡아 뜯어 인물의 형태를 만들고 가장 가까운 지인인 가족과 자신의 모습을 그 위에 그리기 시작했다. 작가의 기억을 헤집고 모습을 드러낸 인물들은 다시 그 안으로 묵묵하게 몸을 숨기고 조금씩 지워진다. 그렇게 작가는 인물을 덮거나 지우는 방식을 통해 과거와 현재, 현실과 기억의 간극에서 비롯된 상실과 고독의 흔적을 스스로 지워나간다. 박광선 작가는 2002년 추계예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대안공간 풀, 아터테인, 아트노이드178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2018년부터 휴+네트워크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 활동 중이다.

월-금 10:00-18:00
경기도 파주시 광인사길 111, 3층
031-955-1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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