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F.A

아주 오래된 만남 : J.U.F.A 전에 부쳐

아주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설레이는 일은 드물다. 또, 한번도 만나 본 적 없는 사람들을 다만 서로 공통된 관심과 열정을 계기로 만나는 일만큼 흥미로우면서도 감상적인 일은 없다. 서로 다른 세계와 현실에서 겪은 경험을 하나의 열정에 녹여내어서로 나누고자 어렵게 만남을 기획하고 실현하는 일은 얼마나 감상적인가. 이번 서울을 방문하는 ‘女子美’ 여자미술대학의 미술인들과의 만남이 그렇다. 나는 그들을 잘 알지 못한다. 그들도 분명 나를 모른다. 우리는 서로 완전히 다른 인시을 갖고 세계를 읽고 이해하고 표현하였다. 이번 전시는 그렇게 서로 교감한 적 없이 서있던 모습 그대로 조우하는 사건이다. 그러기에 더욱 인상적이다.

이 만남은 매우 역설적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여성 미술사를 거슬러 오르면 나혜석, 박래현, 이숙종, 천경자 등 빛나는 여걸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이 청춘을 예술로 불태웠던 곳이 바로 ‘女子美’ 여자미술대학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 젊은 미술가들에게 매우 값진 표상이자 선배들로서 그들의 창작활동이 곧 우리의 예술인식의 확장이었다는 사실과 또 많은 젊은이들이 개척한 길을 따라 창작의 세계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은 진실로 의미있는 인식이다. ‘女子美’ 여자미술대학은 과거 남성중심의 세계에서 아시아 여성들의 자아와 정체를 스스로 형성할 수 있는 어떤 틈을 새롭고 거대한 세계로 나아가는 계기로 만든 이들도 바로 이 여성미술가들이었다. 어쩌면 철저하게 낯선 사람들 간의 만남으로 여겨질 법한 이 전시는 어쩌면 이런 점에서 대단히 운명적이라 생각한다. 미술을 통한 만남은 매우 오래전 한국과 일본의 선배 미술가들이 약속하였던 것은 아닐까. 이 전시는 한국과 일본이 겪은 현대사의 질곡을 무거운 짐으로 안고 가는 오늘의 시점에서 서로를 타자가 아니라 역사와 삶과 예술 안에서의 세계에서 아시아가 공존할 수 있는 잊어버린 어떤 약속을 기억하고자 한다. 우리는 뒤늦게나마 선배 미술가들의 비젼과 통찰을 하나의 약속으로 되살리기 위해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불편하고 어려운 점들을 무릅쓰고 이 만남을 성사시키고자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단언하건데 이 전시가 ‘女子美’ 여자미술대학 친구들과의 일주일간의 아주 짧으면서도 완전히 낯선 만남일 것이라는 생각은 우리의 짧은 인식이 빚은 오해이자 기우로 확인될 것이며, 참여하는 17명의 ‘女子美’ 여자미술대학의 미술가들에게도 매우 값진 경험이 될뿐 아니라 나 자신과 우리 미술계에도 무척 즐거운 사건으로 귀결될 것이다. 끝으로 이 만남을 기획하고 성사시키는데 힘써준 암미자 학형에게 감사를 표한다. 김노암 (아트스페이스 휴 디렉터)

_ J.U.F.A 전시에 붙여서

‘女子美’ 여자미술대학은 예술에 의한 여성의 자립,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 여성교육자의 육성을 설립의 취지로 하고 1900년에 개교하여 올해로 105주년이 되었습니다. ‘女子美’ 여자미술대학은 창립 초기부터 아시아읭 유학생을 맞아들여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여자미술대학에 최초로 유학온 학생으로는 나혜석(1896~1948)씨가 있으며, 특히 박래현씨, 천경자씨, 이숙종씨는 화가 그리고 활동가로 그들의 활약은 일본에서도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이장봉(1939년 졸업)씨는 ‘女子美’ 동창회 한국지부의 대표자이며 그녀의 작품인 자수 병풍은 여자미술대학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근래에 들어 현저하게, 각 학과마다 유학생이 늘고 있으며 이번 전시회에 출품하는 안미자씨는 대학원 석사과정 서양화 전공의 2년생으로 모노톤의 그의 화풍은 학국인과 일본인이 느끼는 상이한 표현을 보이고 있어 흥미 깊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 안미자씨와 함께 공부하는 대학원생을 중심으로 17명의 현대미술작가가 참여합니다. 그들의 이번 전시가 21세기의 새로운 한국과 일본의 예술활동에 가교역활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여자미술대학대학원 교수 Shigi Goh

- 전시기간 : 2005.08.30 ~ 2005.09.05

- Opening : pm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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