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hard Streitmatter-Tran Solo Exhibition Information


최초의 접촉, 실재(Reality)로 돌아가기

리차드 스트라잇매터-트랑은 지난 시기 미디어아트와 퍼포먼스에 집중하면서 과학사와 예술사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의 관심은 무엇보다 연금술과 같은 의사과학과 과학혁명기의 근대과학의 관계, 전쟁기술과 예술작품의 제작기법의 관계가 생각보다 밀접하며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물질이 같은 시간에 다른 장소에 동시에 존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소립자의 세계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립자의 세계에서는 가능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차원에서 벌어지는 소립자의 존재와 운동은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예술의 세계 또한 소립자의 세계 이상으로 불가능한 현상과 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보는 대로 보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정신에 이미 자리 잡은 기억과 경험, 인식에 기초해 세계를 본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형태와 운동이 보여주는 복잡성과 우연성을 특징으로 하는 분야일수록 선입견은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우리의 감각기관으로서 시각은 그 직접성과 구체성 이상으로 오류와 모호성을 띠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작가의 이번 개인전에서 직접 접촉하는 물질과 질료로 돌아가기는 시사적이다. 작가는 급속히 확대되는 스펙타클 사회의 현대미술에서 어떤 결핍과 허무를 본다. 현대미술의 개념과 표현형식은 역사적이며 동시에 가변적이다. 충돌하며 갈등하는 수많은 예술적 입장들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현대미술이 한 개인의 너무도 개별적인 경험과 표현에 근거한다는 기초적 전제의 미덕(美德)이다.

한 개인에게 있어서 처음 예술의 이름으로 조우한 세상에 대해 취했던 태도와 행위가 더 이상 무의미해지고 그 인상과 영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는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작가는 아트스페이스 휴 전시장을 스튜디오로 설정하고 다양한 재표들, 흙, 돌, 나무와 천을 다듬고 부수고 조립하고 반죽하며 무언가 형태를 만든다. 베트남에서 온 라이스페이퍼는 투명하고 가벼운 (인간의)신체로 변하고, 연탄을 재료로 한 사람의 검은 두상이 연탄더미 위에 올려져있다. 진흙으로 만든 동물과 인체가 두서없이 놓여있다. 작가의 손을 거쳐 어떤 형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이번 개인전의 주제이다. 그 결과는 부대 효과이다.

작가는 마치 원초적 몰입 속에서 물질과 융합한다. 샤먼의 눈으로 본 세상은, 사물은 유기체적 사물이다. 세계를 구성하는 만물은 모두 영적 존재이며 어떤 신비한 운동체이다. 미시의 세계는 동시에 거대한 세계이고 인드라망(indramang)처럼 인식된다. 세계를 연결하는 그물은 무한히 넓고 그물의 이음새마다 무수한 구슬이 있어서 이 구슬들은 서로를 반영하며 연결되어 있다. 무한히 자유로우면 동시에 무한히 연결되어 있기에 절대적 법칙 속에 운동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연결되고, 이곳과 저곳, 이 별과 저 별, 이 우주와 저 우주가 밀접하게 연결된다. 나와 너가 연결되고 개인과 개인, 사회와 자연이 연결된다. 이 무한한 관계와 연결 속에 사물을 지각하고 접촉한다. 과학혁명 이전의 원시적 유물론의 세계는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의 경계가 모호하며 상호 침투적이다. 작가의 작업은 예술의 기원과 그 가능성의 기본전제를 다시 경험하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세계관과 예술관이 기묘하게 뒤엉킨 물질적 상징과 은유로 넘쳐난다. 그것은 다시금 실재(Reality)로 돌아가려는 어떤 조짐처럼 보인다.

리처드 스트라잇매터-트랑은 2004년 아트스페이스 휴를 비롯해 홍대 앞에서 열렸던 국제퍼포먼스아트콩그레에 초대받아 인상 깊은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로부터 10년이 훌쩍 지났다. 작가는 카셀도큐멘터를 비롯한 세계의 주요 아트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다양한 전시를 통해 동남아를 대표하는 완숙한 현대미술가가 되었다. 이번 아트스페이스 휴와 함께 전시를 준비하면서 작가와 우리 모두는 깊은 감회 속에 작가의 변화된 관심사와 표현을 보게 되었다. 이번 전시는 작가 자신 만큼이나 대안공간 아트스페이스 휴의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된다.

- 아트스페이스 휴 운영위원장 김노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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