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력소전

<출력소>전

아트스페이스 휴에서는 6번째 기획전으로 4인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합니다.
이들 <출력소> 그룹은 디지털사진 이미지를 중심으로 자아와 주체의 문제, 이미지를 둘러싼 시간성과 의식의 변화의 문제를 중심으로 작품화하고 있습니다.

전시 기간 : 2003년 6월 4일 (수요일)~2003년 6월 13일 (금요일)
참여 작가 : 정재원, 황우양, 유지훈, 이은하

<출력소>의 단상斷想

천千갈래로 교차하고 확산하는 텍스트로서의 이미지는 모호하다. 텍스트로서 이미지는 개체적 존재 안에서 짧은 순간 선명한 상象으로 불쑥 나타난다. 예술텍스트로서의 이미지는 열려있는 물질적 계기이다. 아주 짧은 순간 예기치 않은 때에 나타나는 이 물질적 계기는 비非상식적이며 비非설명적이며 비非논리적이다. 이미지의 물질적 현현顯現은 결코 객관화되거나 지속되지 않는다.

디지털사진이미지를 현상하는 <출력소>는 분열하는 주체와 해체되고 재구축되는 시간과 공간의, 마침내 가장 내밀하고 부드러운 심미적 지평의 변화를 재현한다. <출력소>는 와해되고 분열하면서도 끊임없이 재구축되는 주체의 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존재-현상의 비극성을 보여주는데, 결코 종결되지 않는 드라마를 지켜보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의 다각多角이미지를 본다. 이미 잘 알려진 주체의 이미지를 둘러싼 이야기는 여전히 <출력소>작가들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디지털 이미지는 주체를 생산하고 동시에 소비하는 매우 저렴한 소통체계를 상징하면서, 동시에 본상本像과 모상模像의 상호참조와 현현과 재현의 무수한 거울상을 의미한다. 디지털 이미지는 이미지의 본래적 의미를 완성한다.

<출력소>의 이미지는 주위를 세계를 배회하는 유령의 그림자이거나 제스처들이다. 그것은 분명하고 명확한 실체를 지니지 않은 채 모호하게 생성하는 것으로서 마주치는 시선과 의식, 그 무엇이건 변성變性시켜버린다. <출력소>이미지는 미적 형식으로 소용돌이처럼 움직이며 감겨드는 몰입감과 공감적 황홀경이 표면의 세계에 머물며 배회하도록 만든다. 기하급수적으로 확장하는 다수의 자아와 주체, 마침내 타자들의 형상 속에서 심미적 방랑을 무한히 지속한다.
  
생성하는 이미지는 여러 가지 균열현상을 품고있다. 이 균열은 불규칙하게 가로지르는 무수한 선형線型의 균열로 하나의 황홀한 틈으로 혹은 인력引力의 한 점으로 나타난다. <출력소>의 이미지가 담는 물리적 특성과 심미적 특이성을 둘러싸고 이러한 현상이 영속적으로 벌어진다. 경계 없이 지속되고 늘려나가는 이 현상은 상승과 하강을 혹은 전진과 후진을 거듭하며 의식意識과 감수성의 형식과 내용을 변모시킨다. 새로운 변종變種의 시각이미지들이 사람의 심미적 체험과 의식을, 시간-공간의 형식과 질質을 바꿔버린다.  

격렬하게 감겨들고 다시 뻗쳐나가는 감각의 운동과 향연이 실제로 벌어지기를 기대하면서 이미지에 다가가면 이미지를 둘러싼 혹은 그 배후의 이미지들은 뒤로 물러선다. 그렇게 이미지에 다가감은 다가가는 힘이 증가하는 데 비례하여 무한히 지연된다. 이미지와의 생생한 접촉의 순간은 다시 멀어지는 어둡고 둔탁한 틈과 마주하는 순간이다.

<출력소>의 작가들은 마주하는 다양한 현실과 현상의 틈과 균열이 비상한 심미적 도약과 추락의 순간을 생산하고 소비한다. <출력소>의 작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는 디지털 사진이미지의 의미와 해석들에 또 하나의 현상을 시도한다.(김기용)  

Post a Comment
*Required
*Required (Never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