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두 개의 시선 : 고민지, 서용인 2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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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개요
아트스페이스 휴는 지난 2011년 파주로 이전한 후 시대와 환경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이슈와 대안을 찾고, 휴+네트워크 창작스튜디오와 긴밀한 협업관계를 유지하며 새로운 작가와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서울과 지역의 미술적 인프라를 연동할 수 있는 활동과 네트워크를 마련하며, 2012년 “유별난 탐구생활”, “엄청나게 쓸모있는 예술공작실”, “오픈스튜디오”, “아카데미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매해 입주작가 네 명을 선정하여 진행되는 전시 중 올해의 첫 번째 전시인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두 개의 시선’전은 입주작가 고민지, 서용인 두 명의 각기 다른 세계관을 지닌 작가들이 하나의 주제를 통해 서로의 차이를 마주보고자 기획되었다. 두 작가는 전시 제목이 담은 역설적 의미에 질문을 던지며, 일상의 흔적과 존재의 철학적 사유를 통해 대답하고자 한다.

▶2014 휴+네트워크 창작스튜디오 릴레이 개인전 일정
고민지, 서용인 2인전 2014. 03. 12 - 03. 21
김영미 개인전 2014. 03. 26 - 04. 04
심우현 개인전 2014. 04. 09 - 04. 18
정기엽 개인전 2014. 04. 23 - 05. 02

전시 소개
●고민지에게 일상은 자신의 존재를 객관적으로 살필 수 있는 거울이다. 시간 속에서 축적되고 자신의 기억 속에서 망각된 것들이 물리적 흔적으로 남는 곳이다.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잃어버린(망각된) 흔적들을 포착하는 순간들은 작가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되는 순간들이다. 그것들은 주변에 있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발견된 것들이다. 그러한 우연은 자신의 일상과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그것은 개인적 경험이며 각성이다.
우리의 일상은 우연보다는 필연적이기만 하다. 그러한 필연적 질서가 남긴 것들을 작가는 우연을 통해서 발견한다. 그리고 그것들 속에서 우연의 의미를 사유한다. 우리가 우리의 삶 속에서 무심코 지나쳤거나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던 것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것을 통해 작가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기를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에서 전시되는 작업들은 작가가 일상생활 속에서 살아가면서 발생하게 된 사물들이다. 이러한 작업방식은 작업에 사용되어지는 물질들에 대한 작가의 성찰에서 비롯되고 있다. 계란요리를 하고 남은 계란 껍질을 수집하거나 성냥을 사용하여 타버리고 남은 성냥개비들 그리고 원두커피를 내리고 남은 커피 찌거기 등이 그것이다. 그렇게 수집된 사물들은 작가의 삶으로부터 축적되고 몸을 유지하기 위해 먹었던 증거이자 사실들이다. 그것들은 2차적 의미들로 포장되어지거나 예술품이 되기 위해 가공된 것들이 아니다. 이 사물들은 전시장에 전시되면서도 뒤샹의 변기작업처럼 어떠한 상징적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 작가는 그것들이 어떤 특정한 의도로 제시되는 것을 거부한다. 사물 그 자체로 남아있기를 요구하고 있다. 작가는 그 사물들 속에서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그것은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쉽게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서용인은 하나의 사물을 동일한 거리에서 반복적으로 감각 한다. 이러한 반복되는 감각의 차이들을 통해서 작가는 지속하는 것들의 보이지 않는 운동성을 포착하려 한다. 그렇게 포착된 형태들은 규칙적인 방향성을 향해 나아가지만 그 형태는 감각적으로 반응하는 필연적이고도 동시에 우연으로 규결되어지는 동시성 속에 머문다. 그렇게 포착된 흔적들은 현상의 증거가 되어 존재에 대한 사유를 불러온다. 사유가 머무는 지점은 작업의 형식이 이루어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즉 작가에게 사유는 형식이며 형식은 사유가 된다. 작가는 이러한 형식으로부터 존재가 이루는 우연과 필연의 관계를 사유하면서 그것을 오늘날 우리들의 삶 속에서 이해하려한다. 작가는 자본주의 사회가 우리의 일상을 지루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일상을 이루는 반복됨은 필연을 그리고 그러한 반복됨으로부터 발생하는 차이는 우연이다. 또한 이것은 구조로써 질서이자 사건으로써 차이를 의미하고 있다. 작가는 자본주의사회가 조작된 환영적 차이를 통해 평등을 이루려고 하는 사회이자 환영 속에 머무는 무기력한 구조라 생각하며 그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지루한 것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작가는 자본주의사회를 극복하기위해 필연적 우연성인 참된 차이를 발견해야한다고 말한다. 이 참된 차이란 차이를 이루고 반복되지만 결코 새로움이라는 환영적 가치로 조작되지 않는 것들이라고 강조한다. 자본주의 사회가 지루한 것은 자본의 필연적 구조 속에 있으면서 새로움이라는 환영을 욕망하고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환영이라는 새로움을 극복하는 것 그리하여 필연적 우연성을 회복시키는 것이 작품을 통해 이루고자하는 작가의 의지이다.■서용인

작업노트
이 끔찍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가치기준이 아닌 참된 차이를 갈망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를 넘어 생존의 문제일 것이다. 나에게 예술은 단 하루라도 나로써 존재하며 그러한 자본의 기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다. 나는 생각한다. 자본 종주국 미국, 영국 등의 주요 상위 1%의 자본주의 국가들과 그것을 운영하는 자본가들 그리고 그 자본가들과 결탁하여 미술시장을 조직하고 조작하는 1%로의 딜러들의 손에 종속되어버린 미술계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언제까지 무기력하게 끌려 다닐 것인가! 언제까지 이 지루하고 무기력한 일상을 반복할 것인가! 예술의 가치가 돈으로 평가될 수 없는 것이 되는 것은 우리의 일상이 자본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회복하는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서용인(작업노트 중, 2014)

삶을 초월한 다른 곳에 관심을 두기 힘든 환경이 조성 되었고, 이렇듯 비옥하지 못한 상황에서 ‘먹고 사는 것‘으로부터 예술을 찾는 것, 작업 자체를 삶을 지속해나가는 방법이나 수단으로 삼는 예술들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좁아진 작업 반경을 모토로 내부, 즉 나 자신으로의 관찰로 이야기의 방향을 옮기려 한다. 작품에서 무엇을 피하지도, 숨기지도 않고 일상의 사건, 사물들을 늘여놓거나 다시 조합하는 일들은 아직 많은 예술품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의미보다도 진실 되며 퇴색될 염려가 없는 본질 그대로의 것을 표방하고자 한다. 일상을 예술로 끌어오고 예술을 삶 자체로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방식들은 아무 것도 아닌 것과 예술 사이를 오가거나 혹은 그 둘을 꿰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자본주의 사회에 있으면서도 자본주의 논리에 종속되어 결정되어 지지 않는 작가의 존재, 작가의 정체성에 갖는 불안에 대한 대답 중 가장 실용적이고 솔직한 답이 될 것이다. ■고민지(작업노트 중,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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