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석 개인전 “사랑밖엔 난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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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대한 한 보고서”

사람은 누구나 마음 속 깊이 품고 있지만 죽음의 경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비밀스런 진실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랑이 갖는 타고난 맹목성은 생리적 욕구로부터 형이상학적 사랑의 이념까지 나타난다. 현대의 스테레오 타입의 닳고 닳은 사랑의 맹세들과 사랑의 이미지들, 사랑의-사랑에 대한 기호의 과잉현상은 해부학의 대상, 생체실험의 연구대상으로서 사랑의 임종을 알리기도 한다.

지난 시기 사랑에 관한 다양한 보고서들을 접하면서 한 가지 떠오르는 생각은 사랑이 이미 하나의 소비재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다. 영화 음악 등 수많은 예술문화산업이 이 사랑이라는 주제를 무수히 재생하고 부활시킴으로써 사람들을 포위하고 도망치지 못하도록 꽁꽁 묶어버린다. 마치 사랑이 일상생활 가운데 간편하게 다루고 뛰어들고 뛰어나올 수 있는 테마파크의 주제로 되어버린 듯한 인상이다.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에서 벌어지는 무한 사랑의 서사는 하나의 키치이거나 현실에서 관념화 되어버린 사랑에 대한 추모사가 아닐까. 체험하기엔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버린 사랑의 원형상에 대한 환영과 재구성이 우리 주위에 편재해 있다. 무수한 매체에서 영상과 사운드와 문자화한 사랑의 과잉이 아마도 다시 그 이전 원형과 진정성이 생동하던 시간과 공간으로 계속해서 거슬러 올라가는 시도를 꿈꾸도록 만든다.

장우석은 사랑에 대한 보고서를 준비하고자 이러저러한 준비를 하면서 지난 5년간 지속해온 대화적 상황을 연출하고 설문지를 작성하고 수집하고 채록하고 보고서를 꾸민다. 사랑에 대한 체험을 대중적 아니 보편적 틀을 가지고 서울이라는 현실공간을 재구성하여 사랑에 대한 사색을 이끌어낸다. 사랑의 복고와 회상, 추체험을 통해 그는 무엇을 꿈꾸려는 것일까? 통속적으로 사랑의 상처와 사랑의 환희의 접점을 연결하고자 하는 시도는 많은 사람들이 시도해왔고 여전히 그러하고 있다. 어떤 소설의 제목을 떠올리게 만드는 사랑에 대한 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이미 사랑이라는 창세기 이래 가장 오래된 에로스 신화의 재구성이고 해볼 만한 것이다. 그러나 그 많은 세월, 억겁의 시간을 통해 확대되고 재생되고 윤회되어온 사랑이라는 이 오묘한 것은 불투명하면서 이름 부르기도 어려운 것이다. 사랑의 정치경제학과 생리학을 염두한 채 사랑의 참된 형상을 찾는 어떠한 시도도 실패하고 말았다. 장우석은 이러한 사랑의 풍경을 뒤로하고 사랑의 심미적 지리학 혹은 위상학이 가능한지 물어본다. 이미 하나의 상처로 혹은 영광으로 남겨해 둔 사랑의 기록을 들춰내고 재기록한다. 그러면 어떤 심미적 여운과 조각들이 우리에게 던져지는가.

사랑이 뭐길래, 사랑밖에 난 몰라! 감히 사랑을 넘본다! 어떻게? 사랑밖에 모른다는 작가의 너스레가 한편으로는 의욕에 넘쳐 보이는데, 이미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사랑의 발현이라는 사랑의 형이상학이 어떻게 하나의 태도로 혹은 제스처로 다뤄질 수 있을까? 이 무모하면서도 맹랑한 보고서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떠올리게 할까? 설문조사와 인터뷰, 프린팅 등으로 구성하는 장우석의 사랑보고서는 오늘의 플라스틱화한 사랑의 무의미한 균등화와 민주화에 대한 하나의 풍자거나 냉소 혹은 다시 음미해보는 과정이다. 김기용, 아트스페이스 휴 대표

- 장우석 전시 즐기기 방법

- 장우석의 사랑밖엔 난 몰라. 사랑지도-서울편은 사랑에 관한 여러분의 리서치로부터 시작됩니다. 최고의 사랑을 처음으로 만난 곳, 가장 처절한 헤어짐이 있었던 장소, 가장 짜릿한 키스장소, 등의 사랑의 경험에 관한 간단한 질문을 통해 당신의 소중한 사랑의 좌표를 얻어내고, 전시장을 가득채운 서울지도에 여러 사연의 좌표를 표시하여, 하나하나의소중한 사연들은 그 장소와 만나게 되고 관객은 좌표에서 나타나는 자신의 경험과 타인의 경험을 통해 애절한, 처절한, 쾌락적인, 풋풋한, 감추고 싶은, 뜨거운, 등등의 사랑의 감정을 유발 할 것입니다. / 만남=씨앗, 키스=씹다 뱉은 껌, 헤어짐=왕소금 / 그 외 특별한분의 사랑의 경험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현재 800여명의 설문을 하였으며 계속되어야 합니다.

- 반드시 도와주셔야 할 일들
장우석의 조사에 다함께 참여하기 / 동봉한 서울지도에 자신의 특성을 살려 표시하기 / ①② 자료를 우편 혹은 여러 수단으로 장우석에게 꼭 전달하기 / 장우석의 사랑에 관한 전시 모두 다함께 감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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