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프로젝트 - 회화의 길과 새로운 자리매김 , 오태중 리뷰전

■ 링프로젝트 - 회화의 길과 새로운 자리매김 , 오태중 리뷰전 이번 아트스페이스 휴의 <링프로젝트>에 초대된 오태중은 이제 막 대학원을 나와 첫 개인전을 마친 신예 화가이다. 그러나 나와의 인연은 벌써 6년 전부터 있어 왔다. 기억에 남는 것은 2004년 광주비엔날레 <클럽>전 프로그램 중 하나를 내가 맡게 되면서 많은 ( 60여명) 젊은 미술가들을 소개할 때 함께 참여를 했었다. 당시 오태중은 대학을 막 졸업하고 진로를 모색하던 시기였다. 불과 한 달 전 <글렌 굴드의 허밍에 대한 생각의 집착>이란 타이틀의 개인전을 마친 그를 이번 프로젝트에 함께한 것은 최근 개인전들을 마친 재능이 넘치는 많은 신예 미술가들 가운데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독특한 면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링프로젝트>는 한 달 전에 열렸던 오태중의 개인전에 대한 리뷰형식이 될 것이다

오태중의 작업을 요약해보면 글렌 굴드라는 생경한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듣고 작가가 느낀 기묘한 즉각적인 경험을 보다 반성적이고 느슨한 시간들로 드러나는 회화로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한 작가의 내면에서 생성된 다양한 심미적 힘들을 요약한다는 시도는 이미 그 출발부터 불가능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그 불가능한 시도는 마찬가지로 불가능한 만남과 소통의 미적 이념의 불가피한 표현이기도 하다.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와 개인이라는 조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작가는 글렌 굴드의 연주에서 느낀 글렌 굴드 독특한 습관, 즉 허밍을 하면서 연주를 한다는 것에서 작가는 자기 작업의 어떤 계기 내지 길을 확인했다고 고백한다. 작가에게 글렌 굴드의 허밍은 글렌 굴드의 허밍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인데, 공교롭게도 그러한 우연한 조우遭遇가 예술계에서는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상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나의 방향과 주제에 대한 집중과 시간의 중첩이 우연적 계기를 끌어들이는 힘으로 작용하는 것 같은데, 이러한 비의적인 생각(상상)은 그 역사가 아주 오래되었고, 또 현재도 여전히 하나의 강력한 계시처럼 예술의 신이 있어 어떤 만남을 조성한 듯 경험을 준다. 물론 이러한 감각은 그 실재의 유무를 떠나서 매우 고백적인 형태로 나타나며 그 고백은 매우 다양한 차원의 의미를 낳는다. 그 효과는 우리가 오늘날 예술의 현대적인 미덕美德으로 간주하는 상징적이며 다원적인 의미의 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어째든 오태중의 고백을 통해 우리는 허밍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허밍은 가장 자연스럽게 사람의 타고난 발성기관을 사용하면서 호흡을 통해 인위적인 소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면서도 가장 자연에 근접한 소리이기도 하다. 사람은 어쩌면 숨과 숨, 호흡과 호흡 사이에서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허밍을 통해 회화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시작적인 효과를 내는 재료의 특성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것이 작가가 말한 ‘집착’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동시에 일종의 중독과도 같은 것이도 하고 현대 회화가 만난 물질의 신, 물질과 실재의 감각에 대한 탐닉 같은 것이기도 하다아무래도 유화가 갖는 특징은 여러 가지 회화의 재료와 기법들 가운데 매우 긴 시간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유화는 기름과 기름이 만나고 안료와 안료가 만나고 다양한 종류의 재료들이 만나서 일종의 교향악과 같은 개별적 효과들의 병치와 조화와 간섭을 통해 효과적인 조형미를 만들어낸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오랜 기간 화가들과 미술애호가들 사이에 가장 회화적인 재료로서 인정받아왔다

그러나 오늘날 더욱 첨단화된 재료들의 개발은 물론 현대인들 자신의 미적 감각이 크게 변화하여 유화가 과거에 누리던 영광은 많이 퇴색한 것 또한 사실이다. 오태중은 그러한 유화의 역사를 인식하면서 동시에 전문적인 화가로 입문하는 과정에 가장 먼저 채득하게 되는 회화 방법으로서 유화의 기본적인 특징들을 되돌아보는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하였다. 그 과정은 매우 지루하며 또 매우 비효율적으로까지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유화가 지닌 요소들인 끈적끈적한 점성의 기름들과 안료의 충돌과 융합들, 그리고 선과 면이 만들어지면서 환영이 재현되는 시각적 효과들, 그리고 광택들을 잘 드러내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오태중은 유화의 생성조건을 천천히 살펴가면서 무엇보다 형태와 형태가 조성하는 의미들이 흐릿해지면서 회화의 재료가 우리 시각에 접촉해 오는 물질적 감각과 광택이 만들어내는 빛의 효과들을 중심에 놓으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작가는 그것이 마치 사람이 언어로 세계와 생각을 규정하고 확장시켜온 것에서 한발 비껴나 의미의 최소단위에서조차 제외되어버리는 허밍의 모호한 심미적 효과를 은유적으로 상기시키는 방향으로 표현한다

이번 오태중의 작업에 대한 리뷰 형식의 만남을 통해 나는 우선 그가 회화의 최소 단위 또는 이상적? 모듈로 설정한 기본 요소들에 집중하는 것을 지켜보려 한다. 또한 그 과정은 인물이 있으나 존재성이 사라져버리는 시절의 초상화는 어떠해야 할지 많은 화가들이 모색하는 여러 길들과 엇갈리고 교차하면서 오태중이 만들어가는 길을 찬찬히 살펴보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우리 주의의 많은 미술가들 사이에서 작가가 자신의 미적 노선을 설정하고 구체적인 회화의 길을 모색하는지 지켜보자김노암 (전시기획자

전시일정 2008 12.05-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