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페이스 휴 기획전 사적계보(私的系譜)전

사적계보(私的系譜)  

박은선, 양연화, 장유빈, 조영아 4인 전 

사적계보는 아트스페이스 휴를 통해 만난 많은 젊은 미술가들 가운데 근래 창작의 지속성 또는 안정성과 함께 자신의 미적 계보를 만들어가는 여성미술가 4인의 전시이다. 사적계보란 말 그대로 예술가 개인의 사사로운 미적 가치와 취미판단을 중심으로 표현되는 일련의 작업들을 지칭한다. 사적계보란 많은 이들이 자신의 예술세계를 구성하고자 경주하는 가장 보편적인 창작의 현상을 사적계보라는 용어로 번역하는 것이다.  

이미 2년 전 우릴 미술계의 변화에 대해 쓴 글 가운데 이제야 비로소 밀레니엄제너레이션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미술가들이 속속 등장하였다고 보았다. 그 글은 한국미술계에 비로서 가장 사사로운 또는 가장 개인주의적인 작품들이 갈등 없이 창작되고 소통되는 그러한 변화를 가리킨 글이었다. 그러니까 이제 뒤늦게 의식적으로 수용하였던 개인주의를 무의식 또는 일상의 영역에서 수용하고 표현하는 세대를 그리고 그들 세대의 미술을 주목하고자 했다. 

이번 사적계보의 기획은 이러한 아이디어의 연장선에 있다. 또한 이들 4인의 여성작가들에게 그러한 사적세계와 표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 출발하였다. 그 기대에는 이들의 작업에서 자신의 생활과 작업에 내밀하며 자긍심의 발로라고 할 법한 요소들을 찾을 수 있다는 것 또한 포함된다. 

그런데 이 전시에서 단지 앞서 말한 진정한 개인주의의 도래만을 반복하고 강조하기 위한 것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는 한걸음 아니 한걸음이 아니라면 반걸음이라도 더 내 딛는 무언가를 찾고자 한다. 그리고 그것은 전시의 기획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아마도 전시의 연출이 끝나고 또는 전시가 끝난 이후에 발견하게 될 무언가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작업에서 과거를 끌어오고 미래를 미리 견인하여 지금 현재에 통합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거를 배제하고 미래를 예측불가능의 상태 그대로 있게 하면서 현재에 서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4명의 여성미술가 자신들에게 우리가 주문하려는 것이다.

 

  -  김 노 암 (전시기획자

- 전시 기간: 2009. 04. 04() - 2009. 04. 17(